[천자춘추] 위험물 운전자 ‘도로위 신사’로 거듭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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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민 한국소방안전원 경기지부장

지난 12일 부산에서 도로 위를 달리던 위험물 운송차량(이동탱크저장소)이 도로 옆으로 추락하며 60대 운전자가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해당 차량 내 담겨있던 제4류 위험물 자일렌 26,000리터 중 단 100리터만 누출돼 흡착포 등을 이용한 신속한 안전조치가 취해져 화재 등 더 큰 피해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위험물 운송차량은 ‘위험을 안고 질주하는 도로 위 무법자’란 오명을 가질 만큼 여전히 도로에선 공포의 대상이다. 실제로 해마다 크고 작은 사고가 줄을 잇다 보니 소방당국은 매년 가두검사(교통단속처럼 운행 중인 차량을 정지시켜 준법 여부를 검사하는 행위)를 실시하는 등 위험물 운송·운반 안전관리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하지만 이를 비웃듯 지난 2020년 가두검사 시 위반율은 5.6%로 2019년 2.9%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위반차량에 형사입건, 과태료 부과, 행정명령 등 강력한 처벌이 취해짐에도 불구하고 사고는 연례행사처럼 일어나고 있다. 왜 이처럼 사고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걸까.

대표적인 원인으로 휴먼 에러(Human Error, 인간이 일으키는 실수)를 꼽을 수 있다. 특히 운전자(운송·운반자)의 안전의식과 매우 밀접한데, 위험물 운송·운반에 있어서는 기계장치의 Fool Proof처럼 휴먼 에러를 통제할 수 있는 기능이 전무하다보니 사고의 유무는 운전자의 안전의식에 전적으로 달려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모든 휴먼 에러가 사고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고를 일으키는 잠재적 요인은 항시 존재하므로 이들 요인을 사전에 파악하여 제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잠재적 요인으로서 운행 전 안전점검 실시 누락, 졸음운전과 같은 의도하지 않은 행동과 취급 위험물의 성상 및 화재 시 대처방법 미숙지, 장거리 운행 시 운전자 2인 규정 위반, 과속·과적과 같은 의도된 행동을 들 수 있는데, 이를 해결한 방안으로 무엇이 있을까.

첫 번째, 운전자의 적극적인 교육·훈련 참여다.

교육·훈련을 통한 체득은 오래도록 지속된다. 다만 아무리 좋은 교육·훈련일지라도 기억에 반감기가 있듯 시간변화의 망각에 따라 그 효과가 영구적이진 않다. 따라서 반복되는 교육·훈련은 필요 불가결하며, 바쁜 일정이 다반사인 위험물 운전자에게는 반복적인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위험물 취급방법, 안전장치 조작법 등 위험물 운전자가 알아야할 내용을 모른다면 되레 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 지난 2017년엔 무자격자가 윤활유 등 기름통 196개를 운반하다 8명의 사상자를 낸 창원터널 폭발사고와 소방청 가두검사로 지난 2019년 1명, 2020년 3명의 위험물 운송 무자격자가 적발돼 형사입건된 사례가 있다. 결국 사고 예방은 운전자의 적극적인 교육·훈련 참여를 담보로 한다.

두 번째, 운송사업주의 각별한 관심이다.

정해진 시간 내 운송을 마치기 위해 과속·과적은 운전자에게 비일비재한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운전자의 피로도는 높아지고 안전의식은 낮아져 사고는 증가할 수밖에 없는 참담한 상황이다. 사업주는 장거리 운행 시 운전자 2인 의무 탑승 및 최소한의 휴식권 보장과 과속·과적 방지조치 등 사고 예방에 각별히 관심 가져야 하며, 안전문제에 대한 소통과 참여의 분위기가 자율적으로 형성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세 번째, 위험물 공급사의 강력한 규제 조치다.

위험물 제조 또는 공급업체가 위험물 운송·운반차량 출입 시 운전자의 자격 여부 등을 잘 확인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안전은 신의관계로 묵시할 대상이 아니기에 더욱 더 철저히 확인하고 살펴봐야 한다. 위험물 공급사는 위험물 운전자가 위험물 취급 시에 위험물안전관리자의 입회, 철저한 감독만 할 것이 아니라 차량 출입 시에도 운전자의 자격 취득 및 교육 이수 여부 등을 확인하여 법적 기준 미충족 시엔 출입을 허가하지 않는 등 운전자에 대한 강력한 규제 조치 또한 필요하다.

얼마 전 소방청은 3분기 위험물 운송·운반차량 가두검사를 대대적으로 실시한다고 밝혔다. 주요 확인사항으로는 ▲ 위험물운송자 및 위험물운반자 자격 여부 ▲ 위험물 운반용기가 전락·낙하 또는 파손되지 않도록 조치 여부 ▲ 대형운반용기 적재 시 용기의 시험 실시 여부 ▲ 기타 운반에 관한 기준 준수 여부 등이다.

가두검사를 통한 강력한 처벌 역시 실효적인 것은 분명하나 일시적 개도에 그치기 마련이므로 앞서 언급했던 해결 방안 등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위험물 운전자의 안전의식이 개선될 때 위험물 운송·운반차량은 더 이상 도로에선 공포의 대상이 아닐 것이다. 연례행사처럼 발생하는 위험물 운송·운반 사고, 이제는 멈추자. 지금은 위험물 운전자가 도로 위 ‘무법자’가 아닌 ‘신사’로 거듭나야 할 때다.

김선민 한국소방안전원 경기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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