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과 임윤찬. 클래식 음악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문화 이슈나 트렌드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들이다. 두 사람은 영재 교육을 받은 피아니스트라는 공통점 외에도 각각 20대 초반과 10대 후반의 나이에 각 나라의 기라성 같은 연주자들이 경연하는 국제 메이저 콩쿠르에서 당당히 우승해 세계 클래식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금은 클래식계의 BTS(방탄소년단)급 스타가 된 조성진(28)이 21세 때인 2015년 쇼팽 국제 피아노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을 때만 해도 더 이상 세계 최고 수준의 피아노 콩쿠르에서 20대 초반 한국인 연주자의 우승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제2의 조성진’ 탄생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클래식 유망주를 집중 육성할 전기가 마련됐다는 시각도 존재했다.
그로부터 꼭 7년이 지난 2022년 6월, 이번엔 경기 시흥 출신 임윤찬이 조성진이 우승했을 때 나이보다 세 살 어린 18세에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위를 거머쥐었다. 세계 메이저 피아노 콩쿠르의 하나로 꼽히는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의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이었기에 클래식계는 환호하고 흥분했다.
쇼팽 콩쿠르 우승 이후 ‘흥행 보증수표’가 된 조성진처럼 임윤찬 역시 클래식 아이돌로 초고속 성장하고 있다. 그의 공연은 독주든, 협연이든 연주의 형태와 상관없이, 티켓 가격과 관계없이 팬들을 동원하며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으며, 음악학원 마다 피아노 레슨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는 보도가 뒤따른다. 조성진이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다음에 나타난 ‘조성진 신드롬’이 ‘임윤찬 신드롬’으로 고스란히 옮겨간 모습이다.
사실 문화예술산업적 관점에서 보자면, 대중화가 더뎌 산업 규모 역시 대중음악이나 영화, 방송 드라마 같은 대중예술과 비교조차 하기 어려운 순수예술 분야의 척박한 환경에서 조성진과 임윤찬 같은 차세대 클래식 스타가 배출된 것은 경이로운 사건에 가깝다. 이와 같은 배경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민간 분야의 지원이 한 몫 했다고 봐야 한다. 조성진과 임윤찬은 어릴 때부터 기업이 만든 문화재단을 통해 레슨과 연주활동 등에 소요되는 경비를 지속적으로 지원 받으면서 ‘꿈’을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이것은 기업의 문화예술 분야 지원을 의미하는 메세나가 톡톡히 위력을 발휘한 사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인기가 개인적 신드롬에 머물러선 안 되며, 클래식 전반의 관심과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음악영재를 중심으로 한 지원 대상의 범위를 보다 넓히는 시도가 정책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정부는 메세나 활동에 대한 기업의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함으로써 기업이 보다 많은 예술영재를 육성할 기반을 마련해줘야 하고, 지방자치단체는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클래식 유망주에 대한 실태를 파악해 지원 방안을 수립해야 할 시점이다.
예술적 재능을 갖추고 있지만 형편이 어려워 중도에 포기하는 클래식 유망주들이 적지 않다는 점은 문화예술의 근간이 되는 순수예술 발전을 가로막고 국가의 문화예술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수년 뒤에도 클래식 분야의 ‘000 신드롬’이 나타날 수 있을까.
김진각 성신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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