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100년 만의 기록적인 집중호우와 폭염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인명피해와 물적손실을 가져온 한 해로 기억 될 것이다. 특히 지난 8월9일 시간당 100㎜의 집중 폭우로 서울 관악구 반지하 주택이 침수돼 일가족 3명이 숨진 안타까운 재해는 지금까지도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집중호우로 인한 반지하 주택 침수 피해, 강남구 일대 물난리는 언제부터인가 반복해서 발생하는 사건으로 비단 올해만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 더 무서운 현실이다.
집중호우와 폭염이 지나가고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으로 보아 천고마비의 계절이 다가왔다. 하지만 풍성한 수확의 계절인 가을을 만끽할 생각보다 또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이 시기에 지붕공사와 달비계 작업 중 추락사고로 생명을 잃을지 걱정이 앞선다.
우리나라는 공동주택 중 약 1천100만호가 아파트이며 현행 공동주택관리법에서는 일정규모 이상의 아파트에 대해 5년에 한번씩 콘크리트 균열과 누수방지 및 미관상의 효과를 위해 외벽 재도장을 권고하고 있다. 그런데 외벽 재도장 작업은 대부분 로프에 작업발판을 매달아 옥상에서 로프를 타고 내려오면서 작업하는 형태의 작업의자형 달비계로 진행되는데 높은 곳에서 작업하기 때문에 떨어짐 즉, 추락사고의 위험성이 항시 상존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올 3월 발표 자료에서 최근 3년간(2019~2021년) 달비계 작업관련 사고사망자 38명을 분석한 결과 사고 사망의 100%가 추락에 의한 재해이며 그 중 약 70%가 공동주택 외벽공사(도장작업 등)에서 발생한 사고다. 추락사고 원인은 작업 중 로프가 풀리거나 로프가 끊어지면서 발생하는 사고가 80%로 로프의 절단, 마모 보호조치 및 수직구명줄을 설치하고 작업자가 안전대를 착용한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3년 간 지붕공사 사고 사망자는 112명으로 공장 개보수 공사, 축사 및 태양광 설치작업 중 채광창 등을 밟고 지붕 밑으로 떨어지거나 지붕 단부에서 밖으로 떨어지는 유형이 70%로 이것 또한 봄·가을철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봄철(4~5월) 지붕·달비계 추락위험 경보를 발령했고, 안전보건공단 경기지역본부에서도 관할지역인 수원·용인·화성·평택·안성·오산 지역의 축사 및 지붕공사 약 1천100개소에 안전순찰을 실시하고 관내 아파트 관리사무소 1천643개소에 달비계 작업 중 안전수칙 준수를 당부하며 필요 시 안전점검을 요청하도록 했다.
하지만 올 6월까지 벌써 전국에서 28명의 노동자가 지붕공사 및 달비계작업 중 사망했다. 집중호우로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것과 같이 반복적인 산업재해라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산업현장의 사고는 예방할 수 있지만 말로만 ‘안전제일’을 외쳐서는 실현되지 않는다. 추락위험이 있는 곳에 추락방호망을 설치하고 작업자가 안전대를 착용할 수 있도록 부착설비를 설치하고 착용상태를 철저히 점검해야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이에 따라 축사(돈사·우사), 공장의 지붕공사와 아파트 등 건물의 재도장, 균열 보수공사를 관할하고 있는 전국 235개 기초자치단체와 약 1만1천개의 건물 관리사무소가 다함께 선제적으로 지붕공사와 달비계 작업에 대한 ‘비상선언’을 선포해 수확의 계절인 가을에 건설현장의 안전을 무엇보다도 먼저 챙겨보고 싶다.
이일남 안전보건공단 경기지역본부 건설안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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