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중(宗中)’이란 공동선조의 분묘수호와 제사 및 종원 상호 간의 친목 등을 목적으로 구성되는 자연발생적인 종족집단이다. 종중의 이런 목적과 본질에 비춰 볼 때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후손은 성별의 구별 없이 성년이 되면 당연히 그 구성원이 된다. 따라서 여성도 종중원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같은 논리의 연속선상에서 종중원인 그 여성과 성과 본을 같이 하는 후손도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있을까?
A씨의 사례를 들어보자. 민법 제781조 제1항은 ‘자(子)는 부(父)의 성(姓)과 본(本)을 따른다. 다만 부모가 혼인신고 시 모(母)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협의한 경우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A는 아버지의 성과 본(예를 들어 ‘김해 김씨’)을 따라 ‘김ㅇㅇ’으로 출생신고가 이뤄졌다. 그런데 민법 제781조 제6항은 ‘자의 복리를 위해 자의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부, 모 또는 자의 청구에 의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이를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이후 A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어머니의 성과 본(예를 들어 ‘전주 이씨’)으로 변경신고(‘이ㅇㅇ’으로 변경 신고)를 했다.
이후 A의 어머니는 자신이 속한 종중(예를 들어 ‘전주 이씨 ○○파 종중’)에 A가 종원 자격이 있음을 인정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종중은 이를 거절했다. 이에 A는 위 종중을 상대로 법원에 종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에서 법원(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60940 판결 [종원(宗員)지위 확인 사건])은 A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즉 A가 ‘전주 이씨 ○○파 종중’의 종원임을 인정한 것이다. 이 사건에서 법원이 제시한 주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종중에 관한 종전의 관습법은 종중의 구성원을 성년 남성으로 제한해 왔지만 지금은 성년 여성도 당연히 종원으로 보고 있다. 성년 여성의 후손이 모계혈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는 관습도 법적 규범으로서 효력을 상실했다. 자녀의 성과 본은 부성주의를 원칙으로 하지만 예외로 부모가 혼인신고 시 모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협의할 수 있고 출생신고 이후에도 법원의 허가를 받아 모의 성과 본으로 변경할 수 있다. 이처럼 모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변경된 자녀는 더 이상 부의 성과 본을 따르지 않아 부가 속한 종중에서 탈퇴하게 되는데 모가 속한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고 본다면 종중의 구성원으로서 속할 자격 자체를 박탈하는 것이 돼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
최근 우리나라의 종중 관련 법제는 급격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따라서 각종 종중 관련 법률분쟁을 직면하고 있는 분들은 좀 더 치밀하게 사안을 검토해 변화된 법제가 제시하는 중요한 논점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심갑보 변호사/법무법인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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