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콤팩트시티 오류와 GTX 패키지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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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혁 시흥도시공사 도시개발실장

최근 정부가 내놓은 8.16 주택공급대책에 보면 눈에 띄는 용어가 있어 관심있게 보았다. 바로 역세권을 중심으로 고밀 복합개발하는 ‘컴팩트시티’라는 도시개발 전문용어다. 270만호 공급 등 역대급 주택공급이라는 어마무시한 영향력에 비하면 컴팩트시티 조성은 물량으로 따지면 큰 물량일 수는 없다. 하지만 전 정부의 250만호 공급정책과의 차별성 측면에서 눈에 띄는 공급전략으로 내세우는 듯 하다.

도시개발 전문가로서 ‘컴팩트시티’라는 용어는 필자에게 매우 익숙한 용어인데, 박사논문의 근간이 컴팩트시티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컴팩트시티는 현대도시의 문제를 도시의 지속가능한 개발과 도시형태 사이의 관계를 통해 해결하고자 고안된 도시개발 모델 중 하나이다. 고밀 복합의 집중적인 개발을 통해 교통량을 줄여 환경 배출량을 줄이고, 직주근접으로 대중교통의 사용량을 늘리고 보행과 자전거의 활성화로 지속가능한 도시, 친환경적 도시 조성에 목적이 있다. 컴팩트시티의 필수조건으로 고밀도의 개발과 주거와 업무, 레저 용도의 복합용도개발을 통한 지역 타당성과 사업의 타당성 확보가 전제조건이다.

정부가 선보인 컴팩트시티는 기존의 지속가능한 도시로서의 컴팩트시티와 개념적으로 유사하지만 철도중심도시(TOD)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정부는 GTX 역사를 중심으로 고밀 복합을 개발하되 역사를 중심으로 300m 이내엔 복합환승과 쇼핑몰, 오피스를 배치하고, 600m 이내 지역에 중고밀 주택, 600m 이후에는 중밀도 대단지 아파트를 배치하는 것으로 발표했다.

기본적으로 컴팩트시티의 원형은 500m 이내에 모든 시설이 초고층 고밀 복합으로 개발되어, 주거와 업무, 쇼핑과 레저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24시간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함으로써 인간의 이동을 최소화하면서 도시의 친환경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반면에 이번에 발표된 정부의 컴팩트시티는 철도를 중심에 놓고 업무, 상업, 주거의 밀도와 위계를 설정해 놓은 철도중심도시에 더 가깝다. 철도중심도시는 기본적으로 대중교통을 중심으로 대도시와 교외도시를 철도로 연결하여 도시간 연계를 강화하여 거주자의 이동 편의를 높이는 기존 도시체계의 보완적 도시개발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기존 1기, 2기, 3기 신도시들도 기존의 철도망을 중심으로 개발이 되었다는 점에서 GTX 철도망 도입으로 차별화된 도시를 만들겠다는 구상은 본질적으로 그리 새로운 모델이라 할 수 없다. 오히려 컴팩트시티라는 어설픈 포장보다 GTX 추가역을 신규 택지 발굴과 연계하여 ‘GTX - 택지 패키지 개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동안 진보정부나 보수정부나 공히 주택공급을 중앙정책 주도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신도시 개발모델로 추진해 오면서 온갖 미사여구와 전문용어를 동원하여 포장만 바꾼 ‘00대책’을 계속 내놓았다. 부동산 정책이 국민의 삶을 좌지우지하고 정권의 사활이 걸리는 상황을 이제 바꿀 때가 된 것 같다. 부동산 정책과 주택공급의 지방화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으면 한다. 정부는 재정을 지원하고 공급은 지방정부가 지역에 맞게 창의적으로 수립하면서 상생의 정책으로 가길 바란다. 지방마다 다른 주택정책, 다양한 주거복지제도가 공존할 때, 국민은 주거 선택의 폭이 넓어지게 된다. 주택정책의 도시간 경쟁과 정부의 합리적 지원정책을 통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고자 하는 지방의 노력은 더욱 강렬해질 것이다.

이재혁 시흥도시공사 도시개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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