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전등화(風前燈火)’란 말이 딱 맞는 표현이겠다. 손바닥만큼 남겨둔 인천 송도갯벌의 처지다. 최근 다시 송도갯벌의 운명을 가를 논란이 불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제2순환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하는 국토교통부가 인천~안산 2구간(19.8km) 건설사업 지연을 이유로 송도갯벌의 습지보호지역 지정 해제를 인천시에 요청했다고 한다.
이에 인천시가 습지보전법상 행위제한 예외 조항을 적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깊은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지역 환경시민단체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만일 도로가 가로지른다면 람사르습지로 지정, 보호되고 있는 송도갯벌의 훼손이 불가피한 데다 세계적 희귀조류들의 활동지인 습지를 파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인천시의 주관으로 그간 국토부·해수부·환경부·인천항만공사와 환경·시민단체, 지역주민들과 민관협의체를 운영한 바 있다. 그 결과로 만들어낸 대안을 국토부에 제출했다. 해당 구간 도로를 지하화하거나 습지보호지역 밖으로 우회하는 노선이 제시됐지만 영 마땅치 않았던 모양이다. 원안을 고수, 강행하겠다는 정부 관계부처와 인천시의 행태에 정당성이 얼마나 실릴지 미지수다.
현재로서는 협의의 대상인 환경부와 해수부의 협조가 관건이다. 여전히 환경부는 람사르습지를 통과하는 노선은 불가하다는 입장이고 해수부 또한 대체 습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요구하고 있다. 민선 8기를 이끌고 있는 유정복 인천시장이 인천 갯벌의 유네스코(UNESCO) 세계자연유산 등재와 소래갯벌 일대의 국가도시정원 조성을 천명한 마당에 송도갯벌을 두고 보이는 갈지자 행보에 대한 부담도 없지 않을 것이다.
송도 습지보호지역은 안상수 전 시장 당시인 지난 2009년에 지정되었다. 람사르습지 지정은 지난 2014년 7월경 유정복 시장 재직 시 이뤄진 사항이다. 국내법에 따른 행위제한 예외를 따지고 있지만 람사르협약이라는 국제적 신뢰를 저버리는 동시에 유정복 시장의 업적을 이제와 스스로 뒤집어야 하는 인천시의 상황이다.
우리는 엄중히 지켜야 할 것과 지켜져야 할 것에 대해 말한다.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변함없는 선택이어야 한다. 대체 가능하지 않은 갯벌이라면, 인간의 생존에 중요한 수단이 될 갯벌이라면 지켜져야 할 존재임이 마땅하다.
그리고 인정해야 한다. 당연히, 허망한 몇 마디 말로 생태환경 보호와 지속가능한 미래가 되지는 않는다. 또 국토부와 인천시는 송도 습지보호지역 해제에 골몰할 것이 아니라 어렵게 이뤄낸 민관 협의를 존중하며 습지 훼손을 피할 도로 건설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을. 세계적으로 각종 개발과 도시화로 동식물 서식지가 대규모로 파괴되는 현실에서 인천시의 최종 선택을 지켜본다.
지영일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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