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한국수력원자력이 약 3조3천억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원자력발전소 건설 계약을 따냈다. 한국이 조 단위로 해외 원전 사업을 계약한 것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의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3년 만이다.
이집트의 엘다바 원전 프로젝트는 40조원 규모로, 러시아 원전회사(ASE)가 주계약자고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 기자재 공급과 터빈 건물시공 등을 맡게 된다. UAE 원전계약(약 21조원)에 비해 규모가 미미하다는 지적과 원전의 핵심인 원자로 수주가 아니라는 지적이 있지만 한국 원전의 생태계 부활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기대감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중동 지역에 K-원전 수출의 교두보를 마련한 UAE 바라카 원전의 성공적 운영은 ‘사막에 원전을 건설할 수 있는 나라, 한국’이라는 긍정적인 인식과 명성을 창출했다. 이번 엘다바 원전 프로젝트 참여는 잠재력이 큰 아프리카 원전시장에 최초로 진출한 사례로 신한울 3, 4호기 건설 재개와 함께 일감 공급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등 국내 원전산업 복원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 수급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난관에 봉착하면서 원전의 필요성이 새삼 부각되는 상황이다. 17개국에서 53기의 신규 원전 건설을 검토 중일 정도로 ‘원전 르네상스’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제성과 안전성으로 국제적 인정을 받고 있는 한국형 원전 모델의 단가는 미국의 65%, 러시아, 프랑스와 비교하면 50%대다. 또한 On-time, On-budget의 계획된 공기(工期)에 예산을 맞추는 기술력과 탄탄한 공급망은 선진국을 앞서는 한국 원전의 장점으로 자리매김했다.
중동의 산유국이자 이슬람 수니파의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발주하는 12조원 규모의 원자력발전소 수주를 위한 첫 관문인 예비사업자에 한국을 포함한 미국, 중국, 프랑스, 러시아가 선정됐다. 원전업계에서는 한국과 러시아가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며 사실상 한〈2219〉러 2파전으로 압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은 UAE 바라카 원전 수출 성공으로 검증된 기술력을 앞세워 한국 원전의 우수성과 사업 역량을 적극적으로 피력할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오는 11월을 전후로 방한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빈 살만 왕세자와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원전 협력을 핵심 의제로 다뤄 사우디 원전 수주를 성사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K-원전 수출이 중동과 아프리카를 넘어 체코, 폴란드, 영국 등 미래 원전시장에 본격적인 수출 모멘텀을 확보하는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수완 한국외국어대 융합인재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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