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멀어지는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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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종 前 한겨레평화통일포럼 이사장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월 15일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라 식량과 인프라 지원 등 경제협력 방안과 북미관계 정상화와 재래식 무기체계 군축 논의 등 정치·군사적 상응 조치까지 제공하겠다는 이른바 ‘담대한 구상’을 북측에 정식 제안했다.

이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윤 대통령이 제안한 ‘담대한 구상’에 대해 “어리석음의 극치”라고 비난하며 매우 거칠게 거부 의사를 밝혔다. 한 발짝 더 나아가 김 부부장은 ‘비핵화’의제는 남북대화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다른 한 편 한국은 지난 8월 22일부터 9월 1일 까지 11일 간 대규모 공격훈련을 포함한 한미 연합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훈련의 대장정을 끝냈다. 역대 최대 규모로 알려진 이번 훈련은 제대·기능별로 전술적 수준의 실전 연합기동 공격훈련(FTX)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북한은 UFS는 ‘북침전쟁연습’이라고 주장하며 비난을 쏟아 냈을 뿐만 아니라 최고인민회의 및 북한 정권수립 기념일(9.9절) 담화를 통해 핵포기 불가, 전술핵 확대 운용, 핵무기 실제 사용 가능성을 거론하며 경고했다.

이런 와중에 지난 8일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갑작스럽게 남북당국 간 회담을 열어 이산가족 문제를 논의하자고 북한에 공식 제안했다. 북은 통신문 받는 것조차 거부하고 ‘무시’로 일관했다. 예상했던 일이다. 한반도 정세와 북의 의중을 모를 리 없는 정부지만 대내용으로 추석민심을 겨냥해 요란한 선전을 펼친 셈이다.

대북정책의 획기적 전환이 없는 한, 윤석열 정부 5년 동안 남북관계의 개선은 물론 당국자 간 남북 화해와 협력은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세계 질서와 경제 블록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대서양 동맹에 한국, 일본, 호주 등이 가담하고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동맹에 이란, 사우디,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등이 가담하는 형국이다. 이와는 별도로 중, 러, 이란의 반패권 유라시아 동맹의 출현이 가시화 되고 있다.

중국의 부상에 따른 미중의 전략경쟁 심화는 대만을 둘러 싼 영토분쟁으로, 반도체와 중간제 공급을 둘러 싼 경제전쟁으로 심각한 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통해 사실상 대리전쟁을 치루고 있는 중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보복에 보복을 거듭하고 있는 유럽과 러시아는 힘들어지고 미국의 패권은 약화되고 한국은 가혹한 선택을 강요받는 처지가 되었다.

급변하는 세계정세는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단층선(Fault Line)인 한반도와 조어도를 둘러 싼 동중국해, 중국-대만 양안인 대만해협, 그리고 남중국해가 서로 연동하며 위험한 안보위기를 불러올 가능성이 상존한다. 한반도 군사위기는 점점 더 다가오고 반대로 평화번영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지혜롭고 현명한 대처를 주문한다.

윤기종 前 한겨레평화통일포럼 이사장·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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