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드론과 기상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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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동 기상청장

4차 산업혁명 시대, 무선 전파 비행체인 ‘드론’은 곳곳에서 맹활약 중이다. 유통·재난·농업 등 많은 분야로 활용 영역을 넓혀 가는 드론은 어느새 우리 삶의 일부가 됐다. 호주의 한 도시에서는 2020년 한 해에만 1만잔의 커피와 1천200마리의 치킨이 드론으로 배달됐고, 미국의 어느 지역에서는 약과 가정용품을 드론으로 배송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각 분야에 드론이 활용되고 있다. 육지에서 섬까지 배로 2시간 이상 걸리던 배송 시간이 드론 덕분에 10분으로 단축됐고, 작년에는 제주도에서 수색 드론이 투입 23분 만에 실종자를 구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드론으로 인한 사생활 침해나 안전사고의 문제도 존재한다. 드론이 불법 촬영 등의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고, 지난 7월 인천국제공항 관제권 내에 불법 드론이 출몰해 항공기의 이착륙이 지연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또한 드론은 강풍이나 난기류에 취약한데 이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드론 운용에 대한 교육과 훈련, 관리 감독 강화 등의 제도적 개선과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

안전한 드론 비행을 위해서는 기상정보, 특히 바람에 대한 정보가 필수적이다. 급격한 돌풍은 드론 이착륙 시 드론을 파손시킬 수 있고 비행 중 강한 바람은 드론을 통제권 밖으로 밀어낼 수 있다. 도심지 건물 사이의 강한 빌딩풍도 드론 운항에 커다란 걸림돌이다. 안전한 비행을 위해 기존의 예보보다 더 상세하고 정확한 바람 정보가 필요하다. 이것이 ‘드론 맞춤형’ 기상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이유다.

국민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기상청은 성남시와 함께 드론기상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도심지 내에서 드론 사고를 유발하는 강풍, 난기류 등의 위험 요인을 분석하고 기상, 전파, 비행제한구역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원스톱 종합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이다. 성남시 도심지를 테스트베드로 지정하고, 지리정보시스템(GIS) 정보를 반영한 도시 기상모델을 사용하여 지표면부터 드론의 비행고도인 150m까지의 기류와 바람 정보를 수평으로 100m, 수직으로 10m 해상도의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또한 드론으로 도시 생활권 내를 기상 관측해 바람 정보를 실시간 보정·검증해 정확도를 높이는 연구도 진행했다.

이러한 드론 바람길 연구는 배터리를 절약하면서 드론을 목적지까지 빨리 도달하게 하고, 위험 지역을 사전에 피할 수 있는 기술 역량을 확보하게 할 것이다. 드론을 위한 상세 예보 시도는 우리나라가 선도적으로 시작하고 있는 분야로, 미래 기술의 선제적 확보는 국가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이다.

드론뿐만 아니라 기상과 접목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기상청은 앞으로도 국민의 안전하고 편리한 삶을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기상 서비스를 지원해 나갈 것이다.

유희동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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