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사라지는 좀벌레
퇴색한 가을빛을 띤 오래된 책갈피 사이로
숨 멎은 고요가 흐른다
묵은 햇살과 습기가 켜켜이 고여 들어
빛나던 시절은 누렇게 변해버리고
누군가의 손길도 사라진 지 오래다
짧은 시선조차 붙들 수 없는 닫힌 공간 속에서
아직도 푸른 나뭇잎 젖은 향기 붙들고
첫 인연의 만남을 수줍게 간직한 정지된 시간들
잊혀지던 슬픔은 낯선 손길을 기다리며
오래 묵은 인내의 참았던 숨길 열어
새로운 날갯짓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고은숙
‘한국시학’으로 등단.
한국경기시인협회 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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