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6일 한 인터뷰를 통해 기업과 대학, 특목고 등의 지방 이전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수도권 집중화 해소와 균형발전을 위한 개인적 구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지만 논란이 컸다. 특히 개인적 견해를 공론화했다는 질타가 많았다. 하지만 그가 그런 구상을 하게 된 배경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도시재생의 여러 방편 중 ‘앵커(Anchor)’론이 있다. 197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제기된 이론으로 선박의 닻처럼 특정 장소에 위치한 시설이 주변 지역의 동반 발전을 이끈다고 주장한다. 특히 대학이나 병원 등의 비영리 공공기관에 주목한다. 그동안 많은 연구자들의 실증 연구와 사례 분석을 통해 그 효과가 검증된 바 있다.
경북 경산이나 충남 천안 등이 중견도시로 성장한 데에는 그 지역 대학들의 역할이 컸다. 특목고가 주변 지역 집값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도 있다. 인천대 이종열 교수는 교육환경이 집값에 영향을 주며, 특히 특목고의 비중도 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2017년). 민간기업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야 말할 것도 없다. LG의 파주, 삼성의 평택, 제조업의 성지 당진 등 그 사례는 차고 넘친다. 이상민 장관은 이런 앵커시설의 긍정적 측면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앵커론도 한계는 있다. 부족한 도시 인프라는 어쩔 것이냐는 문제다. 전통적인 사회간접자본(SOC)은 물론 보육, 문화시설과 같은 생활SOC도 함께 확충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장관을 비판하는 측에서는 이 점을 문제 삼은 경우가 많았다. 일리는 있지만 앵커시설이 사회 인프라를 확충하는 계기가 된다는 주장에는 여전히 힘이 실린다.
이 장관의 구상이 알려질 즈음 인천교육청은 예술중학교 신설 계획을 발표했다. 참 반갑고 고마운 소식이다. 그런데 학교의 소재지를 신도시로 결정한 배경이 혹 앵커효과를 간과한 것은 아닌지 아쉬움은 남는다. 물론 그래서 잘 못 되었다거나, 바꿔야 한다는 건 아니다. 무조건 원도심 우선이라는 것도 아니다. 7년 전에 입안되었으니 그럴 수 있었다. 다만 앞으로 그 같은 계획을 세울 땐 공공시설의 앵커효과를 고려해 달라는 제언 차원에서의 소견이다.
유정복 시정부의 핵심가치는 균형, 소통, 창조다. 지역 간, 세대 간 불균형 해소가 시정운영의 으뜸 목표다. 특히 제물포 르네상스, 뉴홍콩시티 등의 개발사업은 지역균형발전에 방점을 둔다. 앵커이론은 그의 효과적인 대안 중 하나다.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물론 전제는 소통이다.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이 장관의 구상은 선의에서 출발했지만 그 대전제를 소홀히 해 논란을 자초한 것은 아닌가 안타깝다. 이래저래 소통이 문제다.
이상구 인천대 도시행정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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