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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민선 8기 출범 100일, 점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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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민선 8기 출범 100일, 점검이 필요하다

‘초심(初心)이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처음의 마음가짐대로 일을 하면 달성하지 못할 목표는 없다. 그러나 개인이나 조직도 처음의 각오는 ‘작심삼일’이 되기 일쑤다. 그만큼 처음의 계획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지난 7월 시작한 민선 8기 지방자치단체가 출범 100일을 앞두고 있다.

지난 6·1지방선거에서 경기지역은 시장·군수들이 대거 교체돼 지방 정치 지형이 크게 변했다. 당연히 민심이 반영된 선거에서 뽑힌 시장·군수들에 대한 기대가 더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들 도내 시장·군수들은 취임 이후 선거운동 기간 야심차게 내놓은 공약과 앞으로 펼칠 정책에 대해 일제히 장밋빛 플랜을 내놓았다. 인수위원회를 꾸려 정책방향과 과제를 구체화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민원 현장에 달려가 의욕적으로 민심을 챙겼다.

그러나 막상 지역 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시장·군수들의 활동상이 드러나지 않는다. 민선 7기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시민들은 민선 8기 시장·군수들이 무엇인지 구체적이지 않지만 혁신하고 소통하며 상생하겠다는 좋은 이야기는 한 것 같은데 정확히 알지 못한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새 단체장이 추진하는 핵심 정책조차 모르는 지역 시민들이 많다는 점이다.

또 선거 이후로 미룬 지자체 산하기관장 자리를 수개월이 지나도록 공석으로 방치하는가 하면 취임 후 단행한 공무원 인사 잡음이 지속되는 등 일부 지자체들은 일할 수 있는 진용을 제대로 갖추지도 못했다.

여기에 내·외부 상황도 지자체에 좋지 않다.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 따른 경제 침체와 태풍 피해 등으로 민심이 흉흉하다. 걷히는 세금이 줄어 불가피하게 감액 추경을 해야 하는 지자체도 있다. 중앙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지역 챙기기보다 정쟁에만 몰두하는 모양새다.

이러는 사이 민선 8기 시장·군수들은 출범 100일을 맞고 있다. 물론 취임 100일도 안 된 시점에서 시장·군수들한테 성과를 기대하는 건 무리일 수 있다. 그러나 시민들이 선택한 지자체장의 자리는 이영표 축구 해설위원이 월드컵 중계를 하며 남긴 명언처럼 ‘시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증명하는 자리’ 아닌가.

정치인들이 경계해야 할 몇 가지 중 하나가 ‘뭐하고 다니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그만큼 존재감도 없고 무능하다는 표현이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 정치인은 그동안의 경험상 다음 선거를 기대하기 힘들다.

차라리 공약을 추진하며 욕을 먹어도 갈등을 겪는 것이 존재감 없는 시장·군수보다는 더 낫다. 정책 및 사업과 관련해 갈등이 있다는 건 그만큼 일을 한다는 것이고 그 갈등을 극복하고 계획을 완성하면 자신의 성과가 되기 때문이다.

민심은 무섭다. 침묵하는 것 같아도 살아 있다. 이는 누구보다 정치인 자신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민선 8기 출범 100일에 즈음해 단체장들이 다시 한 번 지역 현안을 점검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경청하며 구두끈을 졸라맬 시점이다.

이선호 지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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