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가뜩이나 일찍 끝나서 불편했는데, 거리두기가 끝난 지가 언젠데 아직도 단축 운영을 하나요?”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됐지만 시중 은행들은 여전히 단축된 영업시간을 그대로 운영하고 있어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오후 3시40분께 수원특례시 장안구의 한 은행. 강미영씨(35·가명)는 오랜만에 계획한 해외여행을 앞두고 환전을 하기 위해 은행을 찾았지만, 은행은 굳게 닫혀 있는 상태였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났음에도 시중은행들은 영업시간을 여전히 오후 3시30분까지 단축해서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강씨는 한숨을 내쉬며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이날 오후 같은 시각 용인특례시 수지구의 한 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 은행 문 앞에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단축 운영한다’는 안내문구가 붙어 있는 상태였다. 이를 알지 못하고 은행을 찾은 시민들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쏟아졌다. 대출을 위해 은행을 찾은 김명숙씨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난 지가 언젠데 아직도 시민들이 불편을 감수해야 하느냐”고 불편한 기색을 역력히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시중은행 16곳 중 거리두기 종료 후에도 기존 영업시간으로 다시 돌아온 은행은 단 1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시중은행들은 ‘2021년도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산별교섭 합의’에 따라 코로나19 확산세를 고려해 영업시간을 오전 9시~오후 4시에서 오전 9시30분~오후 3시30분으로 한 시간 단축했지만, 지난 4월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됐음에도 영업시간 단축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비대면 금융 서비스가 익숙지 않아 은행을 자주 찾는 고령층은 이 같은 영업시간 단축에 불편을 겪고 있다. 물론 시중은행 내 일부 점포들에선 영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곳들도 존재하지만, 이는 관공서나 상가 인근 점포 등에만 한정되는 상황. 탄력 점포를 운영하는 시중은행 7개에서 영업시간 등을 길게 운영하는 점포는 도내 794곳 중 112곳(14.1%)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은행업계는 영업시간을 당장 원상복귀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영업시간을 되돌리기 위해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사측 대표기구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진행된 금융산별중앙교섭이 결렬되는 등 양측의 입장 차가 뚜렷해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영업시간 원상복귀는 노사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협의 과정을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영업시간을 늘리는 방안이 당장 현실화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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