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 ‘자퇴 브이로그’를 검색해 보셨나요? 최근 한 일간지가 소개한 10대들의 ‘자퇴’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학교 부적응, 학습부진, 왕따 등 부정적인 이야기만은 아니다. 상당수 아이들은 자퇴를 스스로 선택한다. 더러 부모들은 자녀의 자퇴를 응원한다. 친구들도 축하 파티를 하면서 보내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2021년 전국 초·중·고교생 중 학업을 중단한 학생은 4만2천755명으로 전년(3만2천27명)보다 33.5% 증가했다. 학교급별로 보면 초등학생이 전년 대비 32.5% 늘어난 1만5천389명을 기록했다. 중학생은 7천235명으로 전년 대비 21.1%(1천259명) 증가했다. 고등학생은 39.4%(5천692명) 늘어난 2만131명이나 된다. 자퇴 사유가 어찌됐건 학교는 이 아이들에게 더 이상 교육공간을 제공하지 못한다. 이들에겐 사회가 교육공간으로 대체됐다. 많은 이들이 여전히 학교 교육 정상화를 위해 공교육 정상화를 이야기한다. 공교육 정상화에는 필연적으로 사교육 억제가 샴쌍둥이처럼 따라붙는다. 역설적이게도 사교육비 총액은 2021년 23조4천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쯤 되면 사교육을 걱정할 때가 아니다. ‘공교육 걱정 없는 세상에서 살아야 되는 것’을 고민해야 할 지경이다.
좀 지나간 이야기지만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돼 워싱턴에 입성했을 때 워싱턴 백악관 지역 공립학교의 한 학부모 대표는 ‘Public School For the Obama Girls, Please?"(공립학교에 두 딸을 보내주세요?)’라는 제목의 장문의 편지를 썼다. 당연히 민주당 대통령인 오바마가 자녀들을 공립학교에 보내야 한다는 당위성과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한 방송에서 오바마는 ‘워싱턴 공립학교는 딸들에게 충분치 않다(DCPS not good enough for my daughters)’라고 답한다. 그리고 명문 사립학교에 두 딸을 보낸다. 자녀 문제와 자신의 가치관 사이 윤리적 딜레마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나도 그렇고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사람들도 그렇다. 마치 미국 시민권이 있는 자녀를 대한민국 해병대에 입대시키는 것만큼 어려운 선택임에 틀림없다.
천부권리인 인간 존엄성을 주장하는 고전적 자유주의 학자들은 교육 역시 인간 위주의 과정적 가치에 방점을 둔다. 교육은 자유와 평등을 통해 인간 존엄성을 실천해 가는 과정이며 시장은 자유와 평등을 유지하는 사회적 보호장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990년대 이후 등장한 신자유주의 학자들은 교육에 있어서 평등보다는 자율과 책무를 강조한다. 이러한 고전적 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의 교조주의적 해석이 우리 교육을 꼬일 대로 꼬이게 만들었다. 교육적 가치에 대한 충분한 공론화 과정 없이 자유학년제, 고교학점제, 입학사정관제, 자사고·특목고 문제가 공교육에 등장했다. 교육 정책의 방향과 각 정부가 추구하는 가치는 여러 군데서 상충된다. 자사고 신설은 김대중 정부에서, 입학사정관제와 특목고 확대는 노무현 정부에서, 자유학년제는 박근혜 정부에서, 고교학점제와 주요 대학 수능 40% 룰은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 또는 확대됐다. 이 현상을 고전적 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로 대비해 옳고 그름을 논하기는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목소리를 높이든지 아니면 침묵이 정답이다.
아이들은 학교를 떠나기 시작했다. 공교육 이해관계자에 인간이 아닌 또 다른 교육 주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여전히 ‘주의’ 논쟁이 한창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한철 맞는 메뚜기처럼, 비 온 후 자라나는 대나무 순처럼 말이다. 논쟁 대신 침묵하고 있는 합리주의자들의 참여를 위해 존 로크의 ‘관용에 관한 편지’를 다시 한번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이 학교를 다 떠나기 전까지 말이다.
조훈 서정대 호텔경영과 교수·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국제협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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