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우리 시대 미술의 형태 사색과 유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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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구 문화예술법인 라포애 상임이사

예술에서의 사색은 화두처럼 던져 놓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창작의 언어가 천차만별이듯 감상도 무한하게 자유로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시대의 순수미술과 그 창작 언어는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을까?.

미술은 역사적으로 자본에서 벗어날 수 없는 분야였고, 물질 만능 자본주의가 점령한 작금의 미술시장에선 더 심화하는 추세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전통적 미술과는 다르게 현대의 시각예술은 산업, 경제와 결합하면서 개념의 폭이 넓어지고 영향력이 비약적으로 확장되었으나, 반면 전통적 순수미술이 지켜내던 철학적 깊이가 가벼워지고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가 모호해진 것도 사실이다.

일부 계층만이 영위했던 봉건적 미술은 왕족과 귀족들의 후원으로 소수의 특정 작가들의 천재성을 키워나갔다. 현대 시각예술은 불특정 다수인 작가들의 왕성한 활동으로 창작의 무한한 다양성을 갖게 됐고 이는 문명과 사회의 발전에 따른 자연스러운 진화로 거부할 수 없는 현상이기도 하다.

어느 시대엔 그렇지 않았을까. 구조류(舊潮流)와 신조류(新潮流)가 부딪쳐 새로운 시대에 부응하는 현재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이 예술의 본질이니 전혀 낯선 일이 아니다.

견고한 받침이 되는 전통적 예술을 디딤돌로 현 시대에 맞는 다양하고 새로운 표현방식을 통해 더욱 많은 이들에게 창작 언어를 전달하고 소통하는 오늘날의 시각예술은 지극히 탈봉건적이며, 미술사적 영향력의 과감한 확대다. 특히 정보통신의 획기적 발달로 이루어진 예술 영역의 확대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우리 사회 대다수 구성원의 삶을 위한 매우 중차대한 철학이며, 현대에서 예술이 어떻게 우리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얼마나 숙련된 표현을 통해 얼마만큼 품격 있는 사색과 감동을 전달하는가?’가 중요했던 지난날의 순수미술 개념과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어떤 즐거움과 사색을 줄 수 있는가’를 가치로 둔 오늘의 시각예술의 개념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발전하고 진화하면서 예술이 더욱 인간의 삶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어떤 것이 예술이고, 어떤 것이 비예술인가’라는 물음보다 ‘무엇이 우리 삶에 더 유용한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어떨까?.

김이구 문화예술법인 라포애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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