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판교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 포털 다음, 카카오내비 등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 접속 장애와 작동 오류가 발생했고, 네이버의 일부 서비스도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 대표적인 소통 메신저로 사용되고 있는 카카오톡의 불통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혼란을 가져왔다. 카카오톡을 통해 일상적으로 이뤄지던 대화나 약속을 할 수 없었고, 자료를 주고받지도 못했으며, 카카오택시를 호출할 수도 없었고, 물품이나 서비스 구입 후 결제도 불가능했다. 서비스 이후 12년 만의 최장 기간 서비스 장애라고 한다.
이번 화재를 통해 독과점 수준의 메신저 시장이 개선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소비자 또한 편리한 서비스에 매료돼 긴급 상황이나 위험성에 대비하는 자세가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해 보는 기회가 돼야 할 것이다. 소비생활의 편리성과 위험성은 늘 공존한다. 소비자는 편리한 것을 추구하지만, 편리해질수록 위험성은 증가한다. 결제나 송금 절차를 간편하게 하면, 위험함 또한 감수해야 하는 것이 그것이다.
간편결제서비스의 사례를 보자. 오입금한 송금인이 송금 은행을 통해 수취 은행에 반환 요청을 했다. 사실 오입금의 경우에는 수취인이 돌려줄 의사가 없거나, 연락이 되지 않거나, 계좌에 압류가 걸려 있는 등의 여러 이유로 자금 반환이 지연 및 미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돈을 잘못 받은 수취인은 수수료까지 내고 돈을 돌려줘야 하는 경우도 있고 어르신들은 직접 은행을 방문해 입금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발생한다. 무엇보다 계좌에 오입금이 됐으니 돈을 돌려 달라고 연락하면 기본적으로 보이스피싱이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어렵게 오입금 수취인이 반환을 결정한 경우에도 간편결제서비스에는 문제가 또 있다. 거래은행과 간편결제서비스 업체가 개인정보를 이유로 돌려받을 계좌를 알려주기 어렵다는 점이다. 은행은 송금 수단인 간편결제서비스 업체에 문의하라고 하고, 간편결제서비스 업체는 계좌를 개설한 은행에 문의하라고 한다는 것이다. 물론 오입금한 당사자의 과실이 가장 크다. 하지만 편리하게 사용하기 위해 간편결제서비스를 이용하는 바람에 매우 어려운 과정을 거쳐 돌려받아야 한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의 간편 송금·결제 서비스를 이용한 거래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간편 송금 및 결제, 인증 절차의 간소화 등 소비자가 편리성만을 추구한다면 개인정보의 노출, 오송금 및 오결제 문제 해결의 위험성 등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결국 어떤 방법을 선택하느냐의 문제는 소비자의 몫이다.
손철옥 경기도 소비자단체협의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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