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목소리] 평택 “러시아·CIS 유아교육대책 마련을”

평택시 포승읍에 거주하는 러시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등 독립국가연합(CIS) 권역 출신 외국인들이 러시아어 소통이 가능한 어린이집이 없어 자녀 돌봄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평택시 포승읍 내 한 키즈카페에서 한 직원이 아이들에게 키릴문자를 가르치고 있다. 안노연기자

“유아를 러시아어로 교육해 줄 곳은 없습니다”

19일 오후 3시30분께 평택시 포승읍의 한 키즈카페에서 만난 러시아인 바이사바 이리나씨(60·여·평택시 포승읍)는 러시아어 소통이 가능한 어린이집이 없어 부모가 근무 중일 때는 손녀를 러시아어 사용자 직원이 있는 키즈카페에 맡긴다고 말했다.

평택시 포승읍에 거주하는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독립국가연합(CIS) 권역 출신 외국인들이 러시아어 소통이 가능한 어린이집이 없어 자녀 돌봄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19일 행안부에 따르면 2020년 11월 기준 평택 내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등 CIS 출신 외국인은 3천623명으로 대부분 포승읍에 거주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CIS 출신 거주자 대부분 자녀를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 등이 없다는 점이다.

평택시가족센터와 외국인복지센터 등이 한국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근로자와 혼인귀화자 등 성인이 대상이다. 영아를 대상으로 교육과 돌봄 등을 제공하고 있지 않은 데다 두 곳 모두 포승읍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걸리는 거리에 있다.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포승읍 내 CIS 출신 외국인들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키즈카페 한 곳에 아이들을 보내고 있다. 이들의 사정을 들은 포승읍 도곡12리 이장이 러시아어를 할 수 있는 강사와 직원 등을 채용해 키즈카페에서 언어교육과 돌봄 등을 돕고 있기 때문이다.

발렌티나 주코프스카야씨(39·여· 평택시 포승읍)는 “앞으로 한국에서 계속 살지,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갈지 확실하지 않아 아이에게 한국어 교육만 시킬 순 없다”며 “러시아어 교육이 가능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곳은 키즈카페 한 곳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언어 등 적응 문제로 한국 어린이집에 보내길 포기한 경우도 있었다. 일리 타치아나씨(27·여·평택시 포승읍)는 “아이가 아직 어리기 때문에 한국어와 러시아어 둘 다 능숙하지 못한 상황인데 처음에는 한국 어린이집에 보냈다”면서 “나중에 언어문제로 적응이 어려웠는지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아이가 많이 울곤 했다”고 토로했다.

평택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취학 전 유아 대상 징검다리 교육과정으로 한국어 교육을 운영하고 있으나 다양한 문화권 유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으로 동등한 출발점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택=최해영·안노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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