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학교폭력, 변호사 조력의 장점과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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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대석 법무법인 대화(大和) 변호사

학교폭력 사건에서 변호사의 등장이 일반화돼 간다. 가해자 측 변호사의 학교폭력위원회 출석·진술이 불허된 상태에서 이루어진 징계 처분은 위법해 효력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도 이러한 추세에 일조했다.

학생들은 물론 부모들이 처음 분쟁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다. 혹여 경험이 있더라도 절차상 불이익을 피하거나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의견을 피력하는 등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한다. 또 변호사는 학폭위에서 정당하게 가해 학생의 징계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도와줄 수도 있다. 징계 이후에도 사죄와 반성이나 피해 회복이 충분치 않다는 생각에 소년법상 처분이라도 바라면서 형사고소를 진행하는 사례도 있다. 이렇듯 변호사 제도는 학생과 부모들이 정당하게 방어권을 행사하고, 법이 허용하는 권리구제를 도모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다만 학교폭력이 새로운 법률시장을 형성하다 보니 변호사가 의뢰인의 일방적인 이익이나 홍보 가능한 성과를 앞세우기 위해 혐의 또는 피해를 부풀리거나 반대로 이를 축소하려 할 수 있다. 당사자 간 사실관계 다툼이 커짐에 따라 학교폭력위원회 심의·의결 절차가 진실을 가리고 적정한 징계를 찾아 합의를 도출해내는 순기능보다는 상처뿐인 승리와 굴욕적인 패배를 남기는 스포츠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관련자 모두에게 깊은 상처만 남기는 일이다.

변호사의 개입이 일반화되면서 학교의 중재 역할은 축소되고 학교장과 교사들도 사안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향도 문제다. 학교폭력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합의금과 수임료만으로 돈 천만원쯤은 우습게 깨지며, 부모의 재력에 따른 법률적 조력의 차이도 자연스러운 사회 현상이 돼간다.

물론 경제력의 차이가 법적 불평등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징계는 반드시 적정(適正)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지속적인 괴롭힘이 있거나 무거운 상해를 동반한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해 솜방망이 징계를 한다면 응보적 정의에 어긋나고 재범 방지에 기여하지 못한다. 반면 인격적인 성숙에 도달하지 못한 청소년기에 저질러진 경솔한 행동 하나만으로 온갖 낙인을 찍어 선량한 공동체의 일원이 될 기회를 박탈하거나 심각하게 제약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학교폭력예방법 제1조는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학생을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육성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는데, 여기서 건전한 사회구성원은 비단 피해자만이 아니라 가해자도 해당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설대석 법무법인 대화(大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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