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바람

산에 오르면

보이지 않아도

주변을 맴돌며

자신의 존재를 강약으로 전하기 위해

초목을 통하여 그 흔들림으로

자신의 존재를 전한다.

 

긴 그리움을

무한의 허공으로 담아

‘보고 싶다’고 아무리 외쳐도

사방(四方)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나도 보고 싶지만 내 존재는

보이지 않는 실체이기에

어쩔 수 없다’는 속삭임만을 들으며

마음을 태우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내 삶이

무겁고 힘들 때면

부드러운 손길로 어루만져 주고

내 삶이 희망과 환희로 넘칠 때면

춤을 함께 추다가

형체도 없이 사라져가는 너를

오늘도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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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자

시인, 문학박사.

나혜석 문학상 대상 수상.

시집 ‘마음의 향기’ ‘얼음새

꽃 소리’ ‘사색의 오솔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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