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관료들이 법률에 따라 수사∙기소하고 판결함으로써 사회와 국가 시스템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것처럼 법치의 기준에 따라 조직되고, 구성원들이 예측 가능한 법질서 안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한다는 자부심 충만한 역할에 머물기보다는, 더욱 ‘거대한 소명’을 받들어 한 번쯤 국가 경영과 통치의 욕심을 부릴 수도 있겠다, 생각은 한다. 하지만 범죄 수사와 기소, 판결을 전문으로 하는 관료 시스템 안에서 단일 집단의 가치 체계 및 행동 양식과 인간관이 그대로 옮겨와 온 국민을 상대로 그들만의 정치를 실험하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 더구나 그 법치 기준이 자기 집단엔 지극히 관대하면서, 정치적 경쟁 상대나 시범 케이스 국민에게는 비상식적으로 가혹하다면 누가 동의하겠는가.
정부의 핵심 물리력으로서, 국가운영 체계의 핵심 축을 담당한다는 엘리트 의식으로, 정∙재계 이권과 쉽게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정치권력과 경제적 이익을 좇았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기존 정치와는 비타협적으로 검찰 조직의 상징 자산까지 모두 끌어다 쓰는 모양새는 전례가 없어 보인다. 경제관료집단이야 더 뿌리 깊고 광범위하게 진영을 가리지 않고 정치∙경제적 이권 카르텔을 형성한, 더욱 무서운 세력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한 조직이 대놓고 정치권력을 장악하겠다고 나서는 모양은 정치군인들 이후 처음인 것 같다. 스스로를 새시대 ‘신진 사대부’쯤으로 착각하는 것 아니겠는가. 검찰이 검사들만의 것은 아니다.
그들의 대장격인 현직 대통령이 아직도 사람을 ‘인적 자원’이라는 한정된 모델 속 하나의 도구로 인식하고, 교육을 ‘자원’의 공급처쯤으로 보는 천박한 인간관을 가지고 있다면. 종북∙주사파와 협치할 수 없다는 공개 발언을 서슴지 않고 할 정도로 다시 색깔론으로 극우 정치로 퇴행하고, 대량생산 체제를 위해 보릿고개 시대 농촌을 개량하던 새마을운동정신을 되살리자고 부르짖는 철 지난 상황 인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여러분은 코로나19 대유행 같은 상황이 다시 시작되고,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 상황이 일상이 되고 사회∙경제적 국가 지표가 심대한 타격을 받으면서 붕괴의 도미노가 취약한 부분과 사람들부터 사회 전체로 퍼지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아니, 굳이 위기를 상정하지 않더라도.
점점 고도화된 산업생산과 소비 시스템, 이에 기반한 이윤 추구와 자본 축적 체계와 함께 법∙제도와 관료 시스템도 비대해지고 고도화됐다. 이는 필연적으로 엘리트주의를 양산한다. 선악을 구분할 수 없게 여러 다발로 얽히고설키면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서로를 생산하고 조직해 왔다. 민중에겐 민주주의마저도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든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당부하고 싶다. 이제 권력놀음은 됐으니 ‘좋은 삶’ 민생에 집중하기 바란다. 만 가지 시각과 방법으로,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 인식’으로 우리에게 닥친 과제를 하나하나 풀어가길 바란다. 돌아올 수 있는 다리를 불사르면서 국민들과 싸우려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는가.
윤은상 수원시민햇빛발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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