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우리동네 ‘성폭행범’ 뜨자, 놀이터 ‘텅텅’… 사라진 ‘일상’

아동성폭행 조두순·발발이 박병화 사는 안산·화성
인근 어린이집 문 닫고… 아이들 웃음소리 실종
주민 불안감에 속속 떠나… 전문가 “주거지 제한 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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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범들이 출소 후 거주하는 지역마다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3일 아동성폭행범 조두순이 머물고 있는 안산지역 한 놀이터가 이 용하는 아이들이 없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원규기자

출소 후 도내 거주지역 가보니…

“다 이사 가고 없어요. 몇 년이 지나도 여기 사는 사람들은 공포에 떨 수밖에 없죠”

3일 오전 9시께 찾은 안산시 단원구. 아동성폭행범 조두순이 살고 있는 이곳은 지난 2020년부터 아이들이 자취를 감췄다. 조두순의 출소에 따라 불안을 느낀 부모들이 아동들을 데리고 떠난 것이다. 어린이집·유치원에 등원할 시간이지만 아이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집집마다 손 한 뼘 크기도 안되는 구멍의 방범창이 촘촘하게 설치돼 있었으며 이른 시간임에도 인적이 드물어 왠지 모를 긴장감만 맴돌았다.

이곳에서 6년째 살고 있다는 이점례 할머니(67·가명)는 “이른 아침이면 아이들이 엄마의 손을 잡고 등원을 하고 하교 후엔 삼삼오오 모여 놀이터에서 놀곤 했다. 아기 엄마들도 정말 많고 평화로웠다”라며 “하지만 조두순이 오고 난 뒤 같은 빌라에 살던 세 가정이 지난해 이사를 갔다”고 조심스럽게 동네 분위기를 전했다.

아이들이 사라진 뒤 인근 어린이집은 폐업에 들어갔다.

조두순의 거주지에서 198m 떨어진 A 어린이집은 줄어드는 원생 수로 운영이 어려워지자 폐업을 결정했다. 900여m 위치한 B 어린이집 역시 원생이 거의 빠져나가 지난해 문을 닫았다.

일곱 살 아들을 키우고 있는 하예린씨(26)는 “동네에서 아이들 목소리를 들은 지 꽤 됐다. 딸아이 키우는 엄마들은 거의 이 동네를 떠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조두순 입주 당시 윗층에 살고 있던 분은 이사 온 지 한 달 만에 다른 곳으로 급하게 이사를 갔다고 한다”며 “범죄자가 외출을 잘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인근 주민들의 불안을 없앨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폭행범들이 출소 후 머무는 거주지역에서 아동들의 자취를 감추는 등 해당 지역에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또 최근 연쇄성폭행범 박병화가 화성시 봉담읍 대학가 원룸에 자리를 잡으며 해당 대학교 인근에서 자취 중인 대학생들의 불안감이 고조, 지역 이탈 현상의 조짐이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시와 관할 경찰서는 범죄자 거주지 인근에 처소 구축, CCTV 추가 설치, 순찰 강화 등 재범 방지와 주민 불안 해소를 위해 힘쓰고 있지만 여전히 인근 주민들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더욱이 현행법상 형기를 마친 범죄자들이 사회로 나오지 못하게 제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이에 전문가들은 성범죄자들이 출소 후 재범 방지를 위해 거주지 제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현행법상 지자체 등이 범죄자를 강제 퇴거하는 방안은 없다”면서 “저지른 범죄와 연관된 시설 인근에 거주를 못하게 하는 등 기본권을 침해받지 않을 정도의 제한을 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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