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11명을 성폭행한 김근식. 김근식이 지난달 의정부지역 갱생시설에 입소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의정부시가 발칵 뒤집혔다. 김근식은 인천과 경기도 일대에서 미성년자 11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15년형을 선고받았다. 의정부지역 시민 사회단체는 물론 김동근 의정부 시장이 갱생시설로 연결되는 도로 폐쇄까지 한다는 초강수를 두며 반발했다. 출소를 앞둔 김근식은 추가 범행이 확인돼 다시 구속됨으로써 상황은 일단락됐다.
이번엔 이른바 ‘수원 발발이’로 알려진 박병화가 출소해 시끄럽다. 박병화는 수원 일대 주택에 침입해 여성 10명을 성폭행해 15년형을 살았고 만기 출소한 뒤 거주지로 화성시를 선택하자 화성지역 사회가 반발하고 있다.
흉악범, 특히 연쇄 성폭행범들의 출소로 지역사회가 크게 동요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은 여성이나 미성년자 성폭행 범죄를 반복적으로 저지른 전력이 있다. 특히 죗값을 치렀다고는 하나 성범죄자의 특성상 비슷한 범죄를 자행할 여지가 높기 때문이다.
성폭행범이 전자 발찌를 끊고 다시 범죄를 저지른 사건을 우리는 언론을 통해 흔히 접한다. 스토킹 범죄자는 법원의 접근 금지 명령에도 신고했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목숨을 앗아가는 안타까운 사건도 있었다. 국민을 지켜야 할 공권력은 항상 뒷북이다. 국민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에 ‘법보다 주먹이 먼저’라는 씁쓸한 이야기에 동감하는 이들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당한 사람만 손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고, 국민을 보호해야 할 법과 나라를 믿을 수 없는 사회라는 인식. 이런 분위기에서 전과 11범, 18범의 흉악범이 내 집 옆에 이사 온다는 것은 섬뜩한 일이다.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 주민들이 결사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 2020년 아동 성폭행, 살인 등 전과 18범 조두순이 형기를 마치고 출소할 때도 그동안 정부와 정치권은 무엇을 했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흉악범, 연쇄 성폭행범에 대한 출소 뒤 대책이나 매뉴얼이 없고 재범을 예방하기 위한 법 개정 등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슈가 있을 때마다 정치권은 진정 국민을 위해 법 제도를 개선하기보다 정쟁의 도구로 이용했다. 국민들은 그래서 더 답답하다.
결국 정부와 정치권이 국민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주먹구구식 대책만으로는 국민의 불안을 해결할 수 없고 흉악범이 출소할 때마다 반대 집회는 반복될 것이다.
이는 비단 출소한 흉악범 대책뿐만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정부와 정치권은 무수히 많은 대책을 발표했지만 우리 사회 안전 시스템은 여전히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됐다. 수백명의 젊은 사상자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이태원 핼러윈 대참사에서 적나라한 민낯이 드러났다. 사고 발생 4시간 전부터 시민들은 경찰 등에 위험 신호를 보냈지만 정부는 대형 참사를 막지 못한 것이다. 국민이 정부와 정치권을 신뢰할 수 없는 사례가 또 하나 생긴 셈이다.
이선호 지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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