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김장

알 수 없는 센치함으로 깊어가는 가을

불타는 가을산 단풍 여행 떠나고 싶은 충동 지그시 누르면

스산한 바람 옷깃 여미게 하는 11월

분주하기만 하다

 

여름에 심어놓은 배추 150포기

소금에 절여 씻고 고춧가루 물들인 무생채

갖은 양념 정성껏 버무리다

잡념도 꺼내 빨갛게 물들인다

 

이웃사촌들 평상에 둘러앉아

싱거울까 짤까 맛 보며 빠른 손놀림으로

일년 양식 준비 하는 날

 

모락모락 김 나는 수육 한 점 속배추에 싸서

한 입 넣어주는 정겨움

펄펄 끓어오르는 구수하고 진한 국 냄새

온 집안 가득하다

 

아직도 시골인심은 살아 숨쉬고

겨울이 깊어갈수록 김치도 맛깔나게

천천히 숙성되어 간다

 

인생의 가을 시계 앞에 서성이면서

그렇게 익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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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란

수원문학아카데미 회원. 

‘시인마을’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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