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일상에 깃든 ‘인연’이란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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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원 한국장애인방송연기자협회 이사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몰라보고, 보통 사람은 인연인 줄 알면서도 놓치고, 현명한 사람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낸다.’

피천득 시인이 한 말이다.

사람은 아무리 잘나도 결코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 좋든 싫든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과 인연을 맺으며 살아간다. 사람들은 영화 같은 특별한 인연, 특별한 순간을 꿈꾸지만 사실 이미 그런 기회는 우리 삶에 수도 없이 찾아왔을지도 모른다.

어느 날,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을 찾은 적이 있었다. 간호사의 안내를 따라 한 병실로 들어갔는데 이미 그곳에는 다른 환자가 있었고, 보이차를 마시고 있었다. 내가 아는 분 중에도 보이차를 참 좋아하는 분이 있었는데.... 갑자기 그분이 생각나 서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정말로 깜짝 놀랄 일이 일어났다. 내가 아는 보이차를 좋아하는 분을 그 환자분 역시 알고 계셨다. 심지어 그분은 언젠가 나와 이 환자분을 서로 소개해 줄 생각을 하고 계셨다고 한다. 더욱 믿을 수 없는 사실은 그 환자분이 머물던 병실은 누구도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다. 간호사의 실수로 내가 그 병실에 들어갔고, 그 병실에 계신 분은 거짓말처럼 내가 알고 있는 분을 함께 알고 계셨다. 그날의 좋은 인연으로 그 환자분과 나는 지금 함께 여러 가지 좋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소설로 쓸 만한 일이 내 삶에 실제로 일어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인연의 힘이다. 지금도 가끔 그때 생각을 한다.

‘내가 당황해서 바로 병실을 나왔더라면’, ‘보이차 얘기를 꺼내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한다. ‘모든 사람이 조금 더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살아간다면’ 우리의 삶이 더 흥미로워지고 풍성해지지 않을까.

다음은 그동안 내가 인연에 대해 깨달은 두 가지 통찰이다.

첫째, 인연은 일상에 숨어 있다. 인연은 언제, 어디서 오겠다고 미리 알려주지 않는다. 우리 일상 속에 하루에도 수십, 수백번 인연의 기회가 열려 있다. 오늘 찾아올 수많은 인연을 열린 마음과 뜨인 눈으로 살피며 살아가면 피천득 시인의 말처럼 옷깃만 스치는 인연도 살려낼 수 있다.

둘째, 사랑이 인연을 만든다.

계산적인 사람은 인연을 끊어내기만 한다. ‘친구의 결점까지 사랑하라’는 이탈리아 속담처럼, 지금 보이는 약간의 단점도 사랑으로 덮어주자. 나와의 인연을 통해 그 사람이나 나의 인생이 아름답게 꽃피울지 모른다. 훗날 내가 정말 힘들 때 큰 도움을 주는 거목처럼 다가올지 모른다. 일어나기 전에는 알 수 없다는 것 또한 인연이 가진 묘한 힘이다.

조승원 한국장애인방송연기자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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