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흔들리며 피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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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헌 인천도시공사(iH) 노조위원장

인천도시공사(iH)는 지난 2003년 안상수 인천시장이 도시개발사업의 수익금이 지역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설립한 지방공기업이다. 1988년 대구도시공사, 1989년 서울주택도시공사, 1991년 부산도시공사 설립보다 12년 이상 늦은 출발이었다.

출범 첫해 서창택지개발사업 및 연희국민임대주택을 시작으로 검단신도시 영종하늘도시 등의 사업을 진행했다. 조직 규모는 1실 4부 17팀 40명에서 1감사 5본부 1센터 47부(팀) 377명으로 확대됐다.

도화개발사업은 특수목적법인(SPC) 사업으로 인천대가 시립으로 전환되면서 도화캠퍼스를 송도신캠퍼스로 안전하게 입성시켰으며 인천지방 정부종합청사와 청운대가 빈자리를 채울 수 있도록 지원했다.

2007년 글로벌 경제위기가 몰아치면서 사업 구조조정 및 정부의 경영개선 명령과 더불어 직원 희망퇴직의 가슴 아픈 성장통이 있었다. 2010년 1조8천687억원의 자본금 가치 하락으로 유동성 확보를 위해 감자(減資)를 단행했다.

인천시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인천관광공사를 iH에 흡수 통합시켰으나 2015년 다시 도시와 관광을 재분리했다. iH 수익금으로 인천관광을 활성화하겠다는 통합 취지는 사라지고 도시와 관광은 다르다며 종결했다.

2013년 구월보금자리주택사업을 시작으로 경영환경은 개선되기 시작했다. 아시아드 선수촌 3천332가구를 건립해 2014 인천아시안게임을 성공리에 개최할 수 있도록 했다. 주민들의 보상가격 현실화 요구와 공사 중 소음 및 비산먼지 민원으로 일정에 차질이 생겼지만 다행히 공사 일정을 맞출 수 있었다.

이 같은 iH의 20년 지나간 시간을 회고해 보면 부채가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iH는 늘 비평의 대상이다. 새로운 업무를 계획하고 시행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발생하는데 우리를 정조준하고 있는 시의회는 틈만 나면 기다렸다는 듯이 날카로운 비평을 쏟아낸다. 옥에도 티가 있다는데 사소한 흠도 우리를 아량으로 감싸주지 못했다. 결과만을 따지는 비평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지방공기업평가원의 구월2지구 사업타당성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합리적인 충분한 이유가 있으면 사업 철회 여부를 신속히 결정해야 한다. 철회 여부 결정에 따라 사업에 필요한 준비를 사전 이행하거나 국책사업 반납 행정 절차와 더불어 철회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개최해야 하는 등의 사업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강원발 디폴트로 시작된 유동성 위기는 금융권이 지방자치단체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경고로 인식해야 한다. 50조원의 자금 지원에도 채권시장의 경색은 풀리지 않고 있으며 공기업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에까지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다. 행정의 신뢰가 깨졌다.

iH는 만기도래 차입금 3천억원을 막기 위해 채권 발행을 최소화하려고 지역개발기금 차입과 더불어 보상비를 토지로 지급하는 대토 방식과 공사비를 현물로 지급하는 대행개발사업으로 자금 조달 방향을 선회하는 비상대책을 수립했다.

2023년 5월이면 iH 창립 20주년을 맞이한다. 20년 시행착오 속에서 축적된 은근과 끈기, 그리고 안목으로 현 위기를 극복할 것이다. iH는 흔들려도 넘어지지 않는 꽃처럼 인천의 미래가 될 것이다.

정교헌 인천도시공사(iH) 노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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