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오늘, 지혜와 고민이 필요하다

image
이하경 한국예총 수원지회 수석부회장

11월의 바람 속에는 처연함이 묻어 있다. 포도(鋪道) 위를 가르는 바람들은 가을 잔볕들의 건조한 따스함마저 완전히 밀어내고 있다.

사방이 바람 속이다.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코로나 이후 서민들의 삶은 팍팍해졌고 소상공인들의 한숨은 더 깊어 가고 있다. 대책 없는 열정으로 자기 작업에 전념하고 있는 예술가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지고 있다. 예술가로서 딱히 먹고사는 일에 욕심 부리면 안 될 것 같은 그 알량한 자존심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고자 했던 그들은 이 현실에서 어떤 꿈을 꿔야 하는지조차 막연하다. 국가적 재난과 치솟는 물가, 나라 밖 전쟁으로 인한 경제는 극한으로 치닫는데 정치인들은 그들만의 정쟁으로 종작 없다.

하루하루 끼니처럼 절망을 삼켜 내야 하는 사람들에게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위로는 시간의 더께만큼 상처를 더 단단하게 다져내라는 강요만 같다. 게다가 올 추위는 혹독할 거라는 예보다. 예술가들의 두려움을 막아낼 실낱 같은 빛은 없을까.

얼마 전 경기도의회가 ‘경기도교육청 학교문화예술교육지원조례’를 개정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학교에선 문화예술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학교예술교육의 범주를 ‘예술’이라는 프레임에 넣어 형식적으로 진행하다 보니 가시화된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양적으로만 비대해졌다는 것이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전문예술인들의 부재라고 한다. 오히려 교육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다양한데 그것을 교육과 연계해 예술로 접목시킬 수 있는 역량 있는 예술교육가의 참여는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번에 개정한 조례 6조 1항 6호에 보면 ‘지역사회연계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운영·지원’ 하는 내용이 나와 있다. 지역 중심의 특성화된 예술교육은 지역을 성장시키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고 믿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해답은 오히려 쉽게 풀 수 있다. 지역의 예술가들에게 자신의 예술세계와 접목한 예술교육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지역사회와 연계한 예술교육은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인들이 가장 잘 창출해낼 수 있다. 그들이 사는 삶터를 이해하고 지역의 역사적 가치와 지역 교육력에 가장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질 사람들이 지역 예술가들이기 때문이다. 지역의 고유성이나 정체성을 예술로 확장시켜 나갈 수 있는 기회다. 예술교육의 질적 성장과 지역형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아닐 수 없다.

그것이야말로 거버넌스이며 연대(solidarite)이고, 상생이다. 찬 바람이 몸을 훑고 지나가는 오늘, 모두가 따스해질 수 있는 지혜와 고민이 필요하다.

이하경 한국예총 수원지회 수석부회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