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나면 대피 먼저’라는 슬로건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러한 재난에서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해 2019년부터 시민의 안전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 슬로건이다. 초기 진화가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무리한 초기 진화를 시도했다가는 연기 흡입과 질식 등 사고를 당할 우려가 매우 높다. 따라서 가장 우선적으로 신속하게 안전한 공간으로의 대피가 이뤄져야 한다.
즉, 초기 소화를 시도하는 것보다 우선 대피가 안전을 위한 더 중요한 방법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대피를 잘할 수 있는지 방법을 알아둬야 한다. 우선 화재 등의 재난을 발견할 경우 그 재난에 대해 크게 알려야 한다. ‘불이야, 다들 대피하세요’라고 크게 외쳐 다른 사람들도 인지하게 하며, 가장 가까이에 있는 화재 비상벨을 누르도록 한다.
대피할 때 유의할 점은 화재가 발생한 곳에서 문을 꼭 닫고 나와 지상으로 나갈 수 없으면 옥상으로 대피해야 하며, 엘리베이터의 사용은 피하고 계단을 이용해 대피할 수 있도록 한다. 화재로 인한 연기는 아래에서 위로 이동하는데, 엘리베이터의 경우 수직구조로 이뤄져 있어 연기가 내부로 들어온다면 질식을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아파트의 경우 베란다에 있는 경량 칸막이를 이용해 이웃집으로 피난할 수 있고, 하향식 사다리를 이용해 지상으로 대피가 가능하다. 30층 이상이거나 120m 이상 고층 건물의 경우 30층마다 1개 층 이상의 피난구역이 설치돼 있으므로 피난구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대피로를 알아두는 것도 매우 유용하다.
피난 시에는 최대한 낮은 자세로 이동해야 한다. 특히 호흡기는 젖은 수건으로 막고 이동해야 질식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집이나 방에서 대피가 어렵다면 연기 등이 내부로 들어오지 않도록 문틈을 옷이나 이불로 막아 놓고 구조를 기다려야 한다.
화재는 시간과 장소를 선택해 찾아오지 않는다. 소방서에서 시민들에게 화재 예방을 강조하고, 대피 방법을 홍보해도 재난은 언제 어디서나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시간과 장소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공동주택을 포함해 자주 이용하는 대형 마트나 다중이용시설 등에서 이제는 꼼꼼하게 어떻게 대피할 수 있는지 머릿속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 자주 이용할수록 오래 머무를 곳이기 때문에 어떻게 나가야 하는지 한번쯤 생각을 해둔다면, 언젠가 자신에게 어둠 속의 촛불 하나처럼 머릿속에서 길을 밝혀줄 것이다.
겨울철을 따뜻하게 보내기 위해 다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 준비 안에 ‘안전’을 위한 준비도 포함돼 있어야 한다. 화재 시 꼭 ‘대피 먼저’를 기억하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또 자주 이용하는 곳의 피난 대피로 등을 확인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화재 대피에 대한 의식이 전환돼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 올겨울은 화재 재난이 없는 안전한 겨울이 되기 바란다.
나윤호 송탄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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