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이웃 vs 불청객… 길고양이 돌봄 ‘갈등 격화’

일부 주민과 캣맘·대디 의견 충돌... 먹이 주면서 위생·소음 문제 야기
道, 중성화 사업 예산 부족 난항... 전문가 “상생의 자세로 문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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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에 대한 먹이 제공을 두고 경기도내 일부 주민들과 이른바 ‘캣맘·캣대디’들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사안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완벽히 시행되기 어려운 만큼 전문가들은 서로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21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파장동의 한 주택가. 오래된 주택의 슬레이트 지붕 위에 놓인 참치캔 주변에는 찌꺼기가 남아 있었으며 길고양이들의 배변 흔적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의왕시 오천동에선 발견된 고양이 한 마리는 대접 한 그릇에 담긴 물에 불린 라면 면발을 정신없이 먹고 있었다. 이윽고 앙상하게 마른 길고양이 두마리가 혹여나 떨어진 음식을 찾는 듯 서성거리고 있었다.

일부 주민들은 이 같은 상황으로 길고양이들이 몰려 배설물, 벌레 꼬임 등 위생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길고양이의 울음소리에 밤잠을 설치는 피해를 호소하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반면 캣맘·캣대디들은 가끔 마주치는 주민들의 날선 반응에 서운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안양시에서 활동했던 이은서씨(54·가명·여)는 “멀쩡한 차를 두고 ‘길고양이 때문에 흠집이 생겼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민들도 있다”며 “길고양이들도 함께 살아가는 세상인데 너무 야박한 일부 주민들의 태도에 속이 상한다”고 서운해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같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이다.

경기도가 지난해 시행한 ‘길고양이 서식현황 및 관리기준 수립 연구 용역’에 따르면 최소 32만4천558마리에서 최대 35만1천343마리의 길고양이가 경기지역에 사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도는 지난 2019년부터 31개 시·군에 총 217개(한 개소당 50만원)의 고양이 급식소를 만들었으나 이는 도내 모든 추정 길고양이를 수용하기엔 버거운 게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일선 시·군의 신청에 따라 해당 시설이 설치되는 과정에서 인근 주민들의 반발의 목소리에 지자체의 행정은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개체 수 줄이기도 예산 문제로 난항이다. 도는 올해 52억원의 예산을 책정, 2만5천933마리에 대한 길고양이 중성화(TNR)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포획·방사비, 수술비 등이 한 마리당 20만원 가량 소요되는 만큼 도내 모든 길고양이에 대한 중성화 수술은 예산 문제로 현실화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주민들과 캣맘·캣대디들의 상생의 자세가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캣맘과 캣대디들은 밥 자리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주민들도 이러한 부분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주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야 하는 등 서로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공공기관은 고양이급식소 확충 등 지원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민기자·김건주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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