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움직일 수 있어 환경을 지킬 수 있다는 게 저의 행복입니다.”
어둑어둑한 새벽부터 남양주시 화도읍 구암리 북한강 주변에는 어김없이 볼 수 있는 ‘환경지킴이’가 있다. 주변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워 사비로 장만한 트럭, 오토바이에 실어 쓰레기매립장까지 운반하고 있다.
그렇게 일주일에 4일을 ‘청소’만 하다가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진다. 이러기를 15년째. 주인공은 바로 김대양씨(64)다.
김씨는 4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각종 봉사활동을 하는 ‘돈과 거리가 먼’ 사업가였다. 자신의 수익보다 봉사로 소비되는 돈이 더 많아서다.
그의 취미는 캠핑과 낚시. 우연히 15년 전 남양주시 화도읍 구암리를 방문해 북한강의 풍경에 매료됐다.
그는 ‘환경’만 바라보고 이사하기로 결정하고 곧바로 남양주시에 거처를 마련했다. 방문했을 때는 보지 못했던 각종 쓰레기가 북한강 자연경관을 해치고 있는 모습을 본 김씨는 곧바로 쓰레기를 하나하나 주워 담았다. 이렇게 시작한 쓰레기 줍기가 벌써 15년이다.
그럼에도 늘어나는 쓰레기를 보고 김씨는 북한강 주변에 벙커를 만들어 5년 동안 먹고 자며 오직 ‘청소’만 했다. 게다가 북한강을 가리고 있는 각종 썩은 나무, 생태교란 식물 등도 예초기를 직접 구입해 잘라내는 등 관리했다.
심지어 카약까지 구입해 북한강 수면 위에 떠다니는 쓰레기도 수거했다. 어느 날 홍수로 인해 카약이 떠내려가자 망가진 배를 주워 직접 수리, 또다시 새로 장만한 배를 타고 쓰레기를 주우러 갔다.
사실 그는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사람이다. 8년 전 쓰레기를 줍다가 쓰러졌다. 병원에서 내린 진단은 ‘뇌출혈’. 그럼에도 그의 환경 사랑을 떨쳐낼 수는 없었다. 그는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된 뒤 다시 쓰레기 줍기에 전념했다.
그의 행색은 점점 자연인으로 변해 갔다. 주변의 따가운 눈초리, 그를 피해 멀리 걸어가는 사람들, 벙커마저 신고를 당해 없어졌다. 하지만 그는 트럭에서 쉬며 몇년 동안 묵묵히 자신의 일에 집중했다. 그 결과 사람들에게 인정 받고, 한 사람이 사유지를 무상으로 빌려주면서 그곳을 아지트로 사용하고 있다.
김씨는 “평생 봉사를 하며 살다 보니 습관이 됐다. 깨끗해진 환경을 보고 보람을 느끼는 것, 그 느낌에 중독됐다”며 “쓰레기를 치우다 보면 내 자신도 좋고, 주변 사람들도 이제는 웃어준다. 무엇보다 깨끗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몸을 자유롭게 움직여 봉사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이 몸이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봉사를 하며 살고싶다”며 웃음지었다.
남양주=유창재·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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