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설 도구 전무하고 쓰레기통 전락... 결빙구간 일부 교량 제설함 미설치 시민 “안전사고 노출에 수수방관”... 지자체 “점검 통해 신속 조치할 것”
“시민 안전을 지켜줄 염화칼슘 대신 쓰레기 더미만 가득 차 있네요”
경기도에 첫눈이 내리는 등 영하권 추위가 본격적으로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결빙으로 인한 사고 예방을 위해 마련된 제설함이 제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경사로를 비롯해 지하차도, 고가도로 진입로 등에는 각 자치단체별로 마련한 1만895개의 제설도구함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폭설 시 도로변에 설치된 제설도구들이 전혀 활용되지 못하고 관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4일 오후 찾은 광주시 초월읍 지월리 높은 경사 도로.
경사로 위 편엔 마련된 제설함을 열어보니 염화칼슘, 모래 등 제설을 위한 도구 없이 제설함 안은 텅 빈 상태였다. 이곳에서 약 500m 떨어진 노인 보호구역 앞 경사 도로 제설함에도 제설 도구는커녕 담배꽁초와 아이스크림, 과자 봉투 등 쓰레기로 차 있는 모습이었다.
해당 구간을 지나치는 차량들은 전날 내린 눈으로 아직까지 얼어 있는 도로 곳곳 위를 아슬아슬하게 주행하고 있었다.
김진섭씨(28)는 “주말에 눈도 내렸고 기온도 영하로 내려가면서 도로가 얼어붙고 있는데, 제설함에 쓰레기가 웬말이냐”며 “작년 폭설이 내릴 때도 미끄러져 사고가 날 뻔했지만 이번 겨울에도 지자체는 수수방관하며 시민 안전을 외면하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같은 날 수원특례시 권선구 오목천동의 한 제설함도 텅 빈 강정을 연상케 하듯 어떠한 제설 도구도 찾아볼 수 없었고, 평택시 팽성읍 원정리 한 도로에 놓인 한 제설함은 넝쿨에 둘러 쌓인 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었다.
상습 결빙구간으로 지정된 교량 인근의 경우 제설함 자체가 설치돼 있지 않은 곳도 확인됐다.
행정안전부가 제공한 상습 결빙구간 현황에 따르면 평택시 팽성대교와 광주시 쌍령교는 상습 결빙구간으로 지정돼 있지만 교량 주변에는 제설함이 비치되지 않았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관내 설치된 제설함에 대한 점검을 통해 미흡한 부분이 발견 될 경우 신속한 조치를 진행하는 등 시민 안전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수진기자·서강준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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