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복합위기에 대한 처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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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종 이노비즈정책연구원장

지금 우리 경제는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대내외 경제 여건이 급변하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지금의 위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 경제의 펀드멘털을 고려할 때 지나친 위기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그러나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다. 지난 3년여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재정 여력을 소진했기 때문에 대규모 재정을 투입해 경기를 방어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경기 침체기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에너지 및 원자재의 공급 충격으로 이어져 물가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 급등은 국내 물가 상승은 물론 공급망 충격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7월에 6.3%를 기록한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5%를 상회하고 있다. 이로 인해 경제 침체기에 물가 상승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0.3%로 나타나 당초 예상치에 미치지 못했다.

이처럼 실물 부문에 대한 충격과 더불어 금융시장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미국의 연이은 금리 인상에 따라 국내 기준금리 상승으로 인한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의 금융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지난 8월 말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943조원에 달했으며 이 중 개인사업자에 대한 대출은 441조원에 달했다. 지금과 같은 금리 인상으로 인해 연말에 금리 수준이 3%포인트 상승하면 가산금리를 제외하더라도 중소기업은 28조원 이상의 추가적인 이자 부담을 떠안게 된다.

미국발 고금리와 강(强)달러로 인해 개발도상국이나 신흥국의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는 것은 한국 경제를 견인해 온 수출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11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19억달러로 전년 동월의 603억달러와 비교해 14.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올해 1∼11월 누계 무역수지는 426억달러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97억달러 흑자와 비교하면 1년새 723억달러 악화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한국 경제는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복합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문제는 복합위기의 여파가 경제적 약자에게 가혹하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그동안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재정 여력이 바닥났기 때문에 전통적인 위기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금과 같이 호재보다는 악재가 시장을 주도하는 위기 상황에서는 판을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필요하다. 경제는 심리적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개별 경제 주체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는 것이 급선무다.

지난달 이노비즈 모닝포럼에서 신병주 교수의 강연을 통해 얻은 교훈이 생각난다. “위기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위기 극복의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혁신적인 기업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위기 상황 속에서도 미래의 먹거리를 책임질 사람과 기술에 대한 선제적 투자가 요구된다.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도 여기에 맞춰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관성적으로 집행하고 있는 중소기업 정책을 시대 상황과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전면적인 개편이 불가피하다. 아무리 어려운 위기 상황도 지나가기 마련이고 위기 이후에 펼쳐질 기회를 잡기 위해서 말이다.

김세종 이노비즈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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