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잠깐 주차했는데 불법이라뇨. 그럼 아이는 어떻게 데려다 줍니까?”
7일 오전 9시께 화성시 매송면의 매송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 이곳 약 300m의 도로에는 어린이보호구역이라는 붉은색 도로 표식과 주·정차 금지를 알리는 표지판이 있었지만 이를 무시하는 듯 도로 양 옆으로 5대의 승용차가 주차돼 있었다. 학교 바로 옆엔 공영주차장이 있었음에도 어린이보호구역에 불법 주차가 만연하고 있었고 특히 학교 정문 바로 앞엔 대형트럭이 세워져 있었다.
같은 날 안산시 상록구의 해솔초등학교와 병설유치원의 어린이보호구역 일대. 이곳엔 자녀를 태운 차량 수십 대가 오고 갔으며 학부모들은 당연하다는 듯 학교 앞에 차를 세운 뒤 자녀를 데리고 학교와 유치원으로 향했다. 차량으로 다섯 살 아이를 유치원에 매일 같이 등교 시킨다는 유상진씨(37)는 “아이를 데려다주기 위해 다들 여기 차를 잠깐 세운다. 5분 정차하는 것도 안된다면 아이는 어떻게 데려다줘야 하느냐”며 “안전을 위한 법의 취지는 좋지만 무작정 차를 세우지 말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등교 시간이 지난 뒤 수원특례시 장안구와 시흥시 거모동의 어린이보호구역 일대도 도로를 따라 승용차, 트럭 등 십수 대의 차량이 주차돼 있었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불법 주·정차가 전면 금지된 지 1년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불법 주·정차가 성행하면서 법이 정착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경찰은 법 시행 전 계도 기간을 두고 어린이보호구역 주·정차 금지 홍보 등을 펼치고 있지만 불법 주·정차는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어린이보호구역 내 주·정차 금지 전면 시행 전 학부모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 계도 기간을 둔 뒤 꾸준히 홍보를 하고 있지만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정차 전면 금지와 함께 안전을 위해 픽업 존을 마련하는 등 세밀한 대안과 시민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교수는 “법 때문에 학부모들이 자녀를 학교에 등하교 시키는 걸 막을 수는 없다”며 “길거리에 정차해서 아이를 내려주는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학교 내 주차장이나 특정 부지를 이용해 픽업존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강 교수는 “무조건적인 금지는 반발만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어야 시민들의 인식도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경기도와 경기남·북부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도내 어린이보호구역은 3천877곳이며 최근 3년간 어린이보호구역 내 사고는 2019년 297건, 2020년 288건, 2021년 358건으로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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