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이란 개인 혹은 집단 간 이해관계의 충돌 또는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의 차이에 의해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정치학자 이스턴은 ‘정치란 사회적 가치의 권위적 분배’라고 했다. 다시 말해 정치란 다양한 이해관계에서 발생하는 집단 간의 대립을 조정하고 통제함으로써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일련의 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개념 정의를 조합하면 ‘갈등 해결이 정치의 존재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논리적 귀결과는 달리 최근 정치권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행태를 보면 정치가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현대사회의 갈등은 물질적, 가시적 이해관계에서 발생하기보다는 사실관계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발생하는 ‘가치갈등’의 비중이 크다. 이러한 가치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치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 사회에서는 정치가 오히려 갈등을 심화시키는가?
여기서 우리는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갈등 양상의 몇 가지 특징과 정치의 관계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예전의 갈등 원인과 해결 방법은 구체적이고 명확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갈등 양상의 원인은 이해당사자 간의 감정적인 측면, 소위 갈등의 감정화 현상이 강하고, 이는 갈등 원인의 불명확화로 이어진다. 즉, 갈등이 사안에 대한 사실관계 또는 당사자(또는 집단) 간의 현실적인 이해관계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막연한 기대와 막연한 미움에서 발생하는 편 나누기’가 우리 사회 갈등의 주요 원인이 됐다. 사실 정치적 지향성을 지닌 소수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시민은 누가 우리 편이고 누가 상대편인 줄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이 같은 갈등의 감정화와 갈등 원인의 불명확성은 특히 정치적으로 조직화된 이해당사자들의 개입, 소위 갈등의 조직화로 인해 갈등이 심화된다. 이와 더불어 갈등의 정치화를 부추기는 또 하나의 현상은 바로 ‘갈등의 공론화’다. 갈등의 이해당사자는 공론의 장에서 자신만이 정의라고 인정받고자 한다. 그러다 보니 이 공론장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담론장이 아니라 진(陣)이 구축된 전장(戰場)이 된다.
‘갈등의 정치화’를 벗어나 갈등을 사회 발전의 동력으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시민이 ‘내가 누구의 편이다’라는 미몽에서 깨어나야 한다. 시민은 정치적 진영이 아닌 옳음과 정의에 의해 ‘우리 편’이 결정돼야 한다. 그랬을 때 정치가 우리를 두려워하고 옳음의 실천만이 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오늘부터 우리는 누구 편도 아니다!
최순종 경기대 행정복지상담대학원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