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발생해 코로나19로 명명된 현미경으로밖에 볼 수 없는 작은 바이러스로 인해 우리는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전 세계적 죽음이라는 공포를 느꼈으며 아직 그 고통을 인내하며 지내고 있다.
그러나 이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스페인독감, 메르스, 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HIV) 등 사람에게 전염되면 죽음의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여럿 있다.
그중에서도 6·25전쟁 당시 유엔군의 일원으로 파병된 미군에게 처음으로 이상한 질병이 발생했고 미군은 이에 새로운 병으로 생각하고 한국형출혈열이라는 병명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이 바이러스가 한탄강 등줄쥐 폐에 존재하는 한탄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인 신증후출혈열(유행성출혈열)이다.
그 당시 이 병에 의한 환자는 한국군보다 미군에서 더 많이 발생했고 환자 수는 3천200명 이상, 그중 수백 명이 사망했는데 그 이유는 출혈열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인 중부전선에서 미군이 중공군과 싸웠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은 6·25전쟁 휴전 후 한국의 의학자였던 이호왕 박사에게 관련 질병에 대해 연구비를 지원하게 됐고 이 박사는 이 원인 불명의 바이러스를 1975년 발견했다.
이 박사는 생전에 그 당시를 회고하며 “동두천 송내동 아차노리에서 연구소를 차리고 한탄강에서 서식하던 등줄쥐를 잡아 관찰하던 중 한국형출혈열 회복기 환자의 혈청에만 특이하게 반응하던 새로운 항원을 등줄쥐의 폐에서도 발견했다. 마치 내가 어릴 때 시골의 여름 밤하늘에서 본 은하수의 별처럼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었다”면서 “50년간 세계 유수의 과학자들이 그렇게 찾던 신비의 유행성출혈열의 병원체가 그 모습을 우리 앞에 드러낸 순간이었다”고 밝혔다.
그래서 이 ‘한국형출혈열’의 병원체를 한탄강의 이름을 따 ‘한탄바이러스’라고 명명했고 1980년 미국 동물매개성바이러스 및 척추동물바이러스 카탈로그에 박사가 발견한 새로운 바이러스를 ‘한탄바이러스’라는 이름으로 등록했다.
이 박사는 연구를 멈추지 않고 한탄바이러스 발견 후 또 하나의 새로운 ‘서울바이러스’를 집쥐의 폐장에서 발견했다. 이로부터 세계 각처의 괴질로 남아있는 여러 이름의 출혈열을 추적해 병원체를 조사했으며 이들 전염병의 이름을 통일해 ‘신증후출혈열’이라 명명하고 1982년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공식적으로 통일된 병명으로 인정받아 오늘날까지 학계에 널리 쓰이게 됐다.
이 박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과학자에게 우연은 없다. 우연은 노력하는 자에게 오는 선물”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 줄곧 한탄바이러스를 발견하기까지 여러 차례의 ‘행운’이 따랐다고 밝혀 왔다.
필자는 이 박사의 인터뷰를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 자신의 인생을 건 연구의 결과물을 우연이라고 지칭하고, 행운이 따랐다고 낮추면서도 동시에 우연이라는 것은 노력하는 자에게 오는 선물이라고 높이는 태도에 감탄사가 나왔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의료 선진국 계열에 올라, 우리가 뛰어난 의료복지를 누릴 수 있는 것은 이 박사와 같은 겸손하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과학자들 덕분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항상 잊지 않고 감사하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하며 글을 마친다.
유승훈 동두천시 문화체육과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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