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민주주의 위기가 기후위기를 증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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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상 수원시민햇빛발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시끄러운 정치가 민주주의의 참 모습이라며 넘어가기엔 최근에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는 너무나 엄중하다.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10·29 참사 유가족과 화물연대파업에 나선 노동자,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과 정치적 경쟁자를 견제하는 것을 넘어 비판 언론에 대해 취재 권리를 배제하고 세금과 명예훼손 소송으로 강압적인 길들이기를 하거나, 협치의 파트너와 경쟁자를 적으로 간주하고 적극적 제거를 시도하면서 우군들의 불법행위에는 정권에 우호적인 사정기관을 동원해 ‘합법적’으로 면죄부를 주면서 정적 탄압을 물타기 하고, 노동과 국민을 전시 상황의 적대국이나 죄질이 나쁜 범죄자에게나 사용할 용어들을 동원해 적대시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 것은 분명 ‘민주주의의 위기’가 맞다.

민주주의 위기가 가져올 파장은 권력 다툼의 시끄러움에 그치지 않는다. 올해 연달아 치러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통해 중앙과 지방정부 리더십이 어떻게 교체됐는지 정치에 관심도가 높은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고 보수정치를 자처하는 세력이 일반적인 권력 교체가 아닌, 마치 정치를 점령군과 피지배민 관계처럼 풀어가겠다는 것은 자기를 부정하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지난 시기 국민과의 약속들 모두 부도수표가 된다면 안정과 지속가능성을 핵심 가치로 하는 보수정치도, 아니 어떤 민주주의도 소멸되고 말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의 정치가 가장 현실적인 과제에 집중함으로써 ‘민주주의의 위기’를 헤쳐나가기를 바란다.

지난 3년간 이어진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은 잠시 멈춰진 우리의 현재를 뒤돌아볼 수 있는 기회였다. 집단 정주와 인구 폭발로 인한 자연생태계 잠식은 감염병에 취약한 생활구조를 만들어 왔고 이에 대응하는 공중보건 인프라와 의료체계도 함께 발전시켜 왔다. 하지만 기후위기로 인한 위험은 이러한 기존 문명의 도전과 응전을 기다려줄 여유가 더 이상 없다는 것도 인간의 과학기술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 됐다.

2020년 6월, 2021년 5월 전국의 226개 기초자치단체와 17개 광역자치단체는 연달아 ‘기후위기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결의했다. 세계사에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불과 1년 사이 선언과 결의에 앞장서고 서명한 지자체들은 시장과 도지사가 바뀌고 정당도 바뀌었으니 ‘기후위기’도 그대로 사라졌다는 것인가. 이 문제에 답하는 것이 정치의 가장 시급한 현실 과제다. ‘비상사태’인데 모든 행위에서 기후위기 영향에 주목하면서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행정조직 개편과 기후위기예산 편성에 각 정당이 갑론을박하고, 온 나라와 국회, 지방의회가 떠들썩해야 정상적인 정치라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윤은상 수원시민햇빛발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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