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음식물 쓰레기와 지속가능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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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호 월드비전 경기남부사업본부장

호주의 대표적 구호단체 오즈하베스트의 설립자인 로니 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푸드 파이터(Food Fighter): 먹거리를 구하라’를 보면 주인공은 이런 질문을 던진다. “개인이 세계 빈곤과 환경오염 등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난제를 풀기 위해 무슨 일을 실천할 수 있을까?” 칸은 이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자 하는 개인의 작은 사회적 행동들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전하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의하면 전 세계에서 한 해 동안 생산되는 식량은 40억t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인구 모두가 먹고살기에는 충분한 양이지만 매년 9억3천만t 이상이 식량으로 사용되지 못하고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다. 산술적으로 생산된 식량이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지지만 않는다면 지구촌 8억명 이상의 사람들이 매일 굶주림으로 고통받을 이유도 사라질 것이다.

음식물 쓰레기는 비단 기아 문제뿐만 아니라 지구의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지구온난화 문제와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전 세계 식품 생산 단계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연간 137억t가량으로 추산되며, 이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26%를 차지하고 있다. 식량을 생산하기 위한 토지 사용, 작물 생산 과정, 축산업 및 어업, 유통 단계 등에서 수많은 양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생산된 식품이 소비되지 않고 음식물 쓰레기로 폐기 처리되는 과정에서도 또다시 상당량의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있다.

전 세계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을 체결했다. 이는 역사상 최초의 보편적 기후변화 관련 협정으로 2050년까지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 보다 낮게 유지하기 위한 전 세계적인 약속을 담고 있다. 많은 국가들이 장기적 계획을 세우고 자국 내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줄여 탄소중립을 이루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자 하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2015년 전 세계 유엔 회원국들이 모여 합의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12번째 목표는 ‘책임감 있는 소비와 생산’이다. 여기에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세부목표가 담겨 있다. 2030년까지 유통 및 소비자 수준에서 전 세계 인구 1인당 음식물 쓰레기를 절반으로 줄이고, 출하 후 손실을 포함한 식품의 생산 및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식물 손실을 감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국내에서 하루 배출되는 음식물 쓰레기는 2만여t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 중 4분의 1은 먹기도 전에 버려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속가능한 미래의 지구를 위해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적극적인 사회적 실천이 요구된다. 연말이 다가오며 평소보다 많은 행사와 식사 모임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 식탁에서 버려지고 있는 음식물에 대해 한 번쯤은 진지하게 생각해볼 시기다.

최성호 월드비전 경기남부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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