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지뢰로부터 안전한 사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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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성규 대진대 교수·경기도지역혁신협의회 위원장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젊은이들로 인해 온 나라가 시끄럽다. 우리 사회는 왜 그들을 안전하게 지켜주지 못했을까. 세월호의 아픔을 겪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다른 안전 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이 시점에 지뢰로부터 우리 사회가 안전한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흔히 지뢰는 전방지역인 접경지역에 매설돼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다. 최근 서울 서초구 우면산에 지뢰 18발이 남아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그런데 서울 우면산을 등산하는 일반 시민들은 지뢰가 남아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의결서·제2021-346호, 2021.6.7.)에 따르면 전·후방지역에 군이 매설․관리하는 지뢰는 총 82만8천발로 추정하고 있다. 전방지역에는 1천275개소 약 82만5천발이 매설돼 있고 후방지역에는 35개소 약 3천발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매년 폭우나 산사태로 지뢰가 유실되는 일이 빈번하다. 특히 매설된 M14 대인지뢰는 작고 가벼워 맨눈으로 찾기 어렵다. 물에 뜨기도 해 유실되면 발견하기 어렵다. 매년 장마나 집중호우 등으로 지뢰 유실 우려가 크다. 그 피해자는 우리의 이웃일 수 있다.

 

국방부는 한반도 안보환경이 호전되지 않는 한 지뢰는 유용한 군사적 방어수단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1999년 3월에 발효된 대인지뢰금지협약에도 가입하지 않고 있다. 현재 193개 유엔 회원국 가운데 이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는 한국을 포함한 32개국에 이르고 있다. 동시에 우리나라는 군사적 효용이 소멸된 지뢰에 대해서는 유엔이 정한 국제지뢰행동기준(IMAS)에 따른 인도적 제거 방식으로 지뢰를 제거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지뢰의 제거 등 지뢰대응활동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군사적 활용성이 없는 지뢰의 탐지 및 제거는 명시적인 법률적 근거 없이 합동참모본부의 군사상 작전 통제의 일환으로 수행되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국민의 재산권 제한 및 보상 등 지뢰의 탐지 및 제거 절차와 관련해 여러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남북 분단의 상황에서 지뢰의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시민의 안전과 관련된 곳의 지뢰는 제거해야 할 것이다. 지뢰 제거의 책무는 국가다. 국가가 뒷짐을 질 일이 아니다. 더 이상 지뢰로 인해 국민 안전이 위협 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지뢰의 제거 등 지뢰대응활동에 관한 법률’의 조속한 제정과 유엔이 정한 국제기준(IMAS), 한국적 실정(지형, 기상, 매설 지뢰의 종류 등), 그리고 지뢰 제거 관련 기술 수준(지뢰지대 특정, 관목 제거, 탐지, 제거, 제거 확인 관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실효적이고 실천 가능한 하위법(시행령, 시행규칙)과 훈령(지뢰대응 지침)도 함께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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