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계묘년(癸卯年)이 밝았다. 검은 토끼의 해인데, 민속학자들에 따르면 토끼는 지혜로움과 귀여움, 무병장수와 장생불사를 상징한다. 모두 그런 한 해가 됐으면 한다.
코로나19로 시작된 공포에 평범함이 뒤바뀌고 포스트 코로나를 기대했으나 위드 코로나로 고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만 좀 무뎌졌을 뿐이다. 그러면서 사람이 얼마나 대단하지 또 배웠다. 마스크를 줄곧 쓰는 것, 사회적 거리두기를 늘 걱정하는 것, 가고 싶은 곳 가지 못하고 참는 것 등 힘든 게 한둘이 아니건만 사람들은 다 참았다. 참다 보면 무뎌지기도 한다. 그래서 또 산다.
삶의 기쁨을 누리는 가장 쉬운 길은 현재(거기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이다.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걸 감사하게 생각하고, 또 걸리면 심하지 않아서 다행으로 받아들인다. 그 대표적인 게 이솝우화에 나오는 개 이야기다. 제 입에 물린 고기 맛을 음미하고 만끽하면 좋으련만 물속에 비친 제 입의 고기가 더 커 보여 짖다가 제대로 먹지도 못한 고기를 놓쳐 버린다. 놓친 고기는 물에 떠내려가 되찾을 수도 없다.
사람들도 많이 그런다. 지금 여기 몸 성히 안전하게 있으면서 저기 나보다 더 가진 사람을 부러워하거나 내일을 걱정하고, 어제 고기 놓친 걸 후회한다. 걱정은 해도 해도 끝이 없다는데 우리가 하는 걱정은 대부분 일어나지 않을 일이란다. 누려 만끽해도 좋을 순간을 공연한 걱정에 허비하면 그 순간은 놓친 고기처럼 우리 삶에 아무런 영양가도 주지 못한 채 세월의 물결에 쓸려 가버린다.
새해를 시작하며 좋은 순간에는 그냥 좋은 감정만 느끼는 버릇을 들여보자. 불안과 걱정은 일부러 찾지 않아도 알아서 찾아올 터, 그저 눈앞의 기쁨에 집중하자. 삶에서 만나는 작은 기쁨들이야말로 우리 삶의 자양분으로 내일을 더 잘 살아갈 힘을 준다. 남들에게 존경받을 때보다 내가 나를 사랑할 때 진정 내가 귀해진다. 내가 나를 잘 대접해야 내 가치도 높아진다. 행복의 기준도 어디까지나 나에게 있다. 주어진 것에 감사할 줄 알며 순간을 만끽하는 계묘년을 만들어보자.
우리가 지금 당장 세상을 바꿀 수도 없고, 또 인생의 방향을 획 바꿀 수도 없다. 그런 시도를 한다면 그야말로 작심삼일도 아니고 삼 초면 끝이 날 터이다. 일상도 방향을 다 바꾸긴 힘들지만 그래도 작은 노력을 꾸준히 기울이면 더러 바꿀 수 있는 것들이 생긴다. 그런 작은 일상의 변화를 만들려면 당장 시작해야 한다. 내일부터 하자고 하면 그 내일은 영원히 오지 않기 쉽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 뭐라도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다는 말도 있다.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으면 무기력한 감정만 남지만 무언가 시도하면 최소한 실패의 경험이라도 남지 않겠는가. 그 경험은 더 전략적으로 다음 도전에 접근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 검은 토끼 더 달아나기 전에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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