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고부가가치 창출 여성기업 육성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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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미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기지회장

국내 굴지의 대기업의 ‘2023 임원 인사’ 소식이 지난 연말부터 전해졌다. 삼성전자에서는 오너 출신이 아닌 첫 여성 사장이 나왔고 50, 60대 남성이 대부분이던 10대 그룹 사장 명단에도 여성들이 이름을 올린 이례적인 일이 일어났다. 대기업에 굳건하던 유리천장이 본격적으로 깨지기, 아니 금이 가기 시작한다는 고무적인 소식이다. 그러나 여전히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성별 간 임금 격차 등을 토대로 산출되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유리천장지수’에서 우리나라는 여전히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고용시장을 포함한 우리나라 경제시장에서 여성의 지위와 처우는 여전히 열악하다는 것을 여성 중소기업인으로서 이러한 현실을 매 순간 경험하고 있기에 대기업의 변화에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전국에서 가장 여성 기업이 많다는 경기도의 74만개 여성 기업도 아마 비슷한 마음이지 않을까.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발표한 중소기업 기본통계에 따르면 경기도 여성 기업인들은 남성 기업인 대비 강점으로 ‘섬세함’을, 약점으로 ‘리더십’을 1위로 꼽았다. 흥미로운 사실은 전국 여성 기업인들은 ‘리더십’을 남성 기업인 대비 여성 기업인으로의 강점과 약점으로 꼽았다는 것이다. 이는 경기도 여성 중소기업이 부동산, 교육 서비스 같은 섬세한 직무가 있어야 하는 업종이 가장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렇다면 경기도 여성 기업인들이 남성 기업인 대비 여성 기업인의 약점으로 꼽은 리더십은 어떤 의미로 해석해야 할까. 경기도 여성 기업인으로서 또 여성 경제인단체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분석해 본다면 경기도 여성 기업의 종류와 특성 때문이 아닐까 한다. 외국의 한 여성 리더십 연구에서 조직 내 업무 기능이 다양했을 때, 즉 많은 직원이 다양한 직무를 담당하고 있을 때 여성의 리더십이 빛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감, 소통, 화합 같은 여성 특유의 섬세한 특성이 직무와 직원들이 다양해질수록 발휘됐다는 것이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기지회 회원사 중 리더십이 빛나는 여성기 업의 사례로 ㈜클린시티 임은애 대표이사를 소개하고자 한다. 2013년 4명이 자본금 120만원으로 시작한 자활기업 ㈜클린광주 임은애 대표는 전국에서 2명이 선정되는 자활명장이 됐고 자본금 1억원이 넘는 사회적기업 ㈜클린시티로 사명을 바꾸며 성장했다. 최근에는 방역과 소독분야에 편중된 매출 구조를 다각화하는 중이다. 특히 올해는 새 사업으로 출장 세차사업을 시작했다.

 

임 대표는 “출장 세차는 올해 7월부터 안산 소재 중소벤처기업연수원에 가서 시작한 사업”이라며 “연수원이 연수생들에게 무료 세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사업 수행기관으로 우리가 된 거다. 반응이 좋아 내부적으로 기대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다회용기 세척 사업 및 소비재 제품 개발을 시도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리더십이 빛나는 여성 기업인도 많다.

 

현재 경기도 여성 기업의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부동산, 교육서비스, 숙박업 등은 상대적으로 직무가 단순하고 적은 수의 직원과 함께 운영되기에 여성의 리더십이 십분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어서 많은 경기도 여성 기업인이 리더십을 약점으로 꼽은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까지 경기도의 여성 기업이 양적으로 성장했다면 이제 여성 기업의 질적 성장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다양한 직무를 수행하는 혁신형 기업을 발굴하고 지원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여성 기업의 육성이 필요하다. 여성 창업과 여성 기업에 특화된 투자에 대한 고민과 설계가 필요하고 여성 인적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경기도 여성 기업 관련 연구조사가 확대돼야 하고 경기도 여성 기업 간의 네트워크 구축, 성평등적인 기업 문화 및 환경 조성 등이 필요하다.

 

한 신문에서 올해 10대 그룹 최고경영자(CEO)·사장 인사를 대표하는 키워드 중 하나로 ‘여성사장시대’를 꼽았는데 언젠가 신문 1면에 ‘여성기업시대’가 대서 특필 되는 날이 열리길 기대하며 오늘도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기업인 모두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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