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녘 어디선가 가만히 날 부릅니다
헐벗은 나무들은 저희끼리 몸 비비고
먼 하늘 개밥바라기 온몸으로 빛납니다
한 그루 나목으로 눈 감고 귀 기울이면
정녕 송두리째 나를 버리라 합니다
텅 비워 빈손 펼칠 때 함박눈 쏟아집니다
천지에 둥근 이름 눈꽃이 피어나고
따스하게 불 지피는 가난한 마음들
고요히 낮은 곳에서 화두 하나 깊어집니다
진순분
수원 출생.
시집 ‘익명의 첫 숨’ ‘돌아보면 다 꽃입니다’
‘바람의 뼈를 읽다’ ‘블루 마운틴’ 등.
가람시조문학상, 한국시조시인협회 본상,
윤동주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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