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길을 잃은 이에게

image
정의돌 육영재단어린이회관 사무국장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중국 고사를 소개하면서 글을 시작해 보기로 한다. “옛날 중국의 북쪽 변방에 한 노인이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기르던 말이 멀리 달아나 버렸다. 마을 사람들이 이를 위로하자 노인은 ‘오히려 복이 될지 누가 알겠소’라고 말했다.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그 말이 한 필의 준마(駿馬)를 데리고 돌아왔다. 마을 사람들이 이를 축하하자 노인은 ‘도리어 화가 될는지 누가 알겠소’라며 불안해했다.

 

그런데 어느 날 말타기를 좋아하는 노인의 아들이 그 준마를 타다가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다. 마을 사람들이 이를 걱정하며 위로하자 노인은 ‘이것이 또 복이 될지 누가 알겠소’라며 태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어느 날 마을 젊은이들은 싸움터로 불려 나가 대부분 죽었으나 노인의 아들은 말에서 떨어진 후 보행장애인이었기에 전쟁에 나가지 않아 죽음을 면하게 됐다”

 

복잡다기한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이 갈 길을 모르거나 길을 잃고 방황한다. 앞으로 갈지 뒤로 갈지 방향성을 잃었기에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등의 정신적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불가피하게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갈래 중 어느 하나의 길을 선택해 걸어갈 수밖에 없다. 집으로 가는 길, 학교 가는 길, 직장 가는 길처럼 단순하고 목표물의 위치가 뚜렷한 길이 있는가 하면 어느 대학의 어떤 학과를 선택할지, 어떤 직장을 고를지, 어떤 여성이나 남성을 배우자로 골라 결혼할지 등 기로마다 선택해야 하는 인생길이 있다.

 

우리가 이렇게 선택하는 길이 최선이거나 최상의 길만은 아니다. 요즘 유행하는 빅데이터에 기반한 길도 아니다. 그렇기에 선택한 길을 걸어가다 잘못 들었다 싶어 후회하기도 하고 되돌아가기도 한다. 인생길은 가보지 않은 길이고 내비게이션이 없기에 잘못 선택하기가 쉬워 실패의 위험성이 매우 높다. 그래서 먼저 그 길을 선택해 걸어가 본 경험치가 많은 부모나 선배에게 조언을 구하고 현인들이 쓴 책에서 지혜를 구하고 있다. 독불장군은 없다. 혼자서 선택한 길은 길을 잃을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 길을 잃고 헤매기보다 사전에 길을 물어 가는 것이 시간도 절약하고 위험성도 줄이는 길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잘못 선택한 길이 마냥 실패의 길로 인도하는 것만은 아니다. 벼랑 끝을 향해 가는 길만 아니라면 젊어서 잘못 선택한 길은 삶의 경험이 되고 더 커가는 데 자양분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실패를 경험했기에 살피고 고쳐 앞으로 가는 길에서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안전하고 빨리 가는 길이라 믿었던 곧고 넓은 길에서 과속하다 사고로 다치거나 죽을 수 있고 좁고 굽은 길에서 여유와 쉼이라는 위안과 평화를 얻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잘못된 길로 가거나 길을 잃고 헤맬 때 빨리 인정하고 바른 길로 가도록 궤도를 수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길도 여러 갈래의 길이 있고 누구든 실수할 수 있다. 몇 번 실패했다고 해서 인생의 패배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기회는 여러 번 있다. 길을 잃거나 잘못 선택해 헤매다 또래보다 조금 늦었다고 실망하고 좌절하기보다 빨리 목표와 목적을 뚜렷이 해 힘차게 일어서 다시 시도해 보는 불굴의 정신과 용기를 갖기를 응원한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