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이승기 사태’가 마지막이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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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각 성신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문화산업은 순수예술과 대중예술(대중문화) 관련 산업을 아우르는 ‘빅 키워드’다. 그러나 이미 20세기 중반부터 문화산업은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본격적으로 다뤄진 측면이 있다. 독점 자본주의하에서 문화예술은 이윤을 추구하기 위한 하나의 산업으로서 존재한다는 논의가 대두됐던 것이다. 독일의 저명한 사상가이자 사회철학자인 아도르노가 ‘문화산업’이라는 용어를 처음 제시한 것도 이때였다.

 

문화산업은 그것이 대중에게 미친 긍정적, 부정적 영향 등 학문적 논의와는 별개로 산업적으로 성장을 거듭하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국가경제의 주요한 한 축이 됐음은 부인할 수 없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음은 물론이다. 문화산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한 김대중 정부부터 현 윤석열 정부에 이르기까지 30년이 훨씬 넘도록 문화예술을 산업적으로 발전시키려는 데 재정과 인력을 쏟아부었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로 ‘K콘텐츠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공정한 산업생태계 구축’을 제시하고 있을 정도다.

 

역대 정부의 이러한 물량 공세 시도는 일정 부분 효과를 발휘했다고 본다. 대중예술 산업을 비롯한 문화산업 전체 규모가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특히 게임과 웹툰 등 온라인 기반의 문화콘텐츠는 비약적 성장이 이어지는 추세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주춤하긴 했으나 케이팝과 영화, 드라마 등도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성적표를 놓고 본다면 문화산업 분야 종사자들도 자부심을 느껴야 하고 문화산업 시장에 새로 진입하려는 인재들로 북적이는 게 정상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최근 ‘이승기 사태’에서 확인된 것은 아이러니다.

 

‘이승기 사태’는 표면적으로는 배우 겸 가수 이승기와 소속사 간의 음원 정산 분쟁이 원인이지만 본질은 불공정한 문화산업 생태계로 봐야 한다. 스타급 연예인인 이승기에 대한 소속사의 인식이 이 정도인데 일반 대중예술인은 어떤 상황에 놓여 있을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연예기획사 등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임금명세서를 주지 않거나, 휴일근로수당도 미지급한 사례가 43건이나 적발된 것은 양적 성장에 치중한 문화산업의 어두운 그늘이다.

 

음원 수익금 정산을 둘러싼 ‘이승기 사태’의 진실 공방은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관건은 ‘이승기 사태’가 마지막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문화산업의 규모의 성장 못지않게 이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숱한 부작용과 허점을 제도적으로 방지할 방안을 정부가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소속사와 예술인 사이에 형성된 위계적 관계를 대폭 개선하거나 계약서 관련 조항을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법령 정비 등이 그 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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