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서 "만난적도 없다" 의혹 사실상 부인... “태도, 불리함 느껴” 해석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을 받는 쌍방울 그룹의 실소유주 김성태 전 회장이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한 가운데 6시간 만에 취재진 앞에서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김 전 회장은 전날 출국에 앞서 태국 수완나폼공항에서 대기 중이던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를 알지도 못하고 만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 북측에 돈을 건넸다는 대북송금 의혹에 대해서도 인정한 적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재명씨와 전화나 이런 거 한 적 없다. 알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환사채를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서도 “나중에 조사를 받아보면 알겠지만, 전환사채 만드는 데 무슨 비자금을”이라며 사실상 부인하는 발언을 했다. 이 뿐 아니라 앞서 송환 직전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북측에 보낸 돈은 사업 상의 이유로 개인 돈을 건넨 것”이라고 말한 것과 달리 이날은 ‘대북송금 의혹 인정하지 않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인정한 적 없는데”라며 부인하는 취지로 답했다.
이처럼 자신의 입장을 강하게 드러내던 김 전 회장이 입장을 바꾼 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이후다. 그는 이날 오전 8시40분께 입국장으로 이동하는 도중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이 대표 관련 의혹이나 전환사채가 변호사비로 흘러들어갔는지 등에 대한 질문에 입을 다물었다. 단지 “검찰 조사에서 성실히 임하겠다”며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등의 답변만 했다.
그의 심경 변화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체포영장을 기내에서 집행했다는 점에 주목하는 반응이다. 통상 국적기 내에서 체포영장 집행이 가능하더라도 입국해 우리 영토를 밟은 뒤 체포영장을 집행, 신병확보 시간을 늘리는 방식과 차이가 있어서다.
한 검찰 출신 법조계 관계자는 “기내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했기 때문에 수사관과 6시간 동안 이런 저런 얘기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 과정에서 태국 공항서 보여준 태도가 불리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기내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한 건 기내 긴급 상황을 대처하기 위한 의도도 있을 것이고, 일종의 혐의 입증에 대한 자신감이 드러난 조치로 볼 수도 있을 것”이라며 “48시간 내에 혐의를 입증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으로부터 발부받는 과정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영장을 집행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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