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모님을 모시던 요양병원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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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훈 대한요양병원협회 이사

요양병원은 대한민국의 고령화를 책임지는 든든한 방파제다. 국민은 요양병원에 부모님을 모시고 생업에 충실했다. 요양병원의 순기능은 더 있다. 다른 의료기관과 달리 포괄수가제로 묶여 의료비용을 낮춘 것이다.

 

요양병원이 저질이란 인식은 간병 문제 때문이다. 요양병원협회는 간병 제도화를 통해 비용 부담은 줄이고 간병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요양병원 간병 서비스가 110대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 보건복지부에 담당과가 정해졌고 진행 중이다.

 

하지만 부모님을 돌봤던 요양병원이 위기에 처했다. 

 

첫째는 간병 급여화 정책 때문이다. 건강보험공단은 간병 급여화를 위한 정책 제언 자료를 발표했다. 요양병원의 질 저하, 과도한 장기입원, 사회적 입원 등을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분쟁이 적은 유지기 재활 기능을 하는 요양병원에 간병 서비스를 우선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국민이 원하고 필요한 간병 급여화가 아니라,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분쟁을 최소화하는 간병 급여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당장의 소란은 피할 수 있겠지만,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피해는 고수란히 국민 몫이다. 병원과 시설 어디에 계시든 국가가 간병을 책임져야 한다.

 

둘째는 요양병원에만 적용되는 본인 부담 상한금 인상을 들수 있다. 이는 중증 질환으로 장기입원이 불가피한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켜, 다른 곳으로 내모는 느낌이다. 국민의 선택지는 요양원뿐이다. 정부는 의사의 반대에도 집중 요양실 시범 사업을 3차례 강행했다.

 

최근 ‘집중 요양실’을 운영하는 한 요양원 원장이 보호자에게 고소당했다. 집중 요양실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환자의 상태 판단과 치료를 결정하는 의사가 없는 집중 요양실 시범사업은 문제가 심각하다. 하지만 정부는 이 사실을 쉬쉬하고 있다.

 

정부는 세차례에 걸친 집중 요양실 시범사업을 통해 요양원에 의료 기능을 강화하고, 요양병원의 본인부담금 상한제 기준을 올려 요양원으로 어르신을 보내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고령자 건강관리에 치명적이고, 제대로 된 의료, 돌봄, 복지 정책이라 할 수 없다.

 

더욱이 정부는 오는 3월 ‘의료-요양 통합 판정’ 시범 사업을 실시한다. 통합 판정 결과에 따라 요양병원, 노인요양시설, 지역사회 돌봄 서비스로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정부는 통합 판정 도구를 공개하지도 않고, 관련 단체와 협의도 없었다.

 

요양병원협회는 의료-요양-돌봄 통합판정체계 모의 적용에 사용한 통합 판정 도구 자료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의료와 돌봄 요구도가 높아 요양병원 판정을 받은 경우, 간병비는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요양원으로 가는 경우 간병비는 국가가 책임진다. 이 과정에서 발생할 혼란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요양병원 간병비 제도화 시범사업을 통해 저비용 고효율의 간병 제도를 만든 후 실시돼야 큰 혼란을 막을 수 있다. 정부가 요양병원 간병 제도화도 제대로 만들지 않은 상태에서 통합 판정을 한다면,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은 물론 국민은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

 

문제는 현장에 있고, 해결책도 현장에 있다. 정부는 요양병원, 요양시설, 그리고 정책의 수혜자인 국민과 소통하며 문제를 찾고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 대한민국 고령화는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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