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중고에 인력시장도 ‘꽁꽁’… 일용 근로자 ‘더 추운 겨울’ [현장, 그곳&]

코로나·건설경기 침체·한파 영향... 인력사무소 10곳 중 9곳 문 닫아
일감 부족 현상에 보릿고개 계속

25일 오전 수원특례시 장안구의 한 인력사무소에서 근로자들이 일감을 기다리고 있다. 이나경기자

 

“이번 겨울은 유난히 더 춥네요”

 

25일 오전 4시40분께 수원특례시 권선구의 한 인력사무소. 최저 기온 영하 23도를 기록한 한파를 뚫고 일감을 찾으러 나왔다는 김건호씨(가명·51)는 굳게 닫힌 문을 잠깐 바라보다 이내 발걸음을 돌렸다.

 

문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자,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일이 없어 오늘은 문을 닫았다. 강추위 탓에 아마 문 닫은 곳이 많을 것”이라고 귀뜸했다. 실제로 경기일보 취재진이 권선구와 장안구 등 주변 인력사무소들을 확인한 결과,10곳 중 9곳은 문을 닫은 상황이었다.

 

같은 날 오전 5시10분께, 근방에서 유일하게 문을 연 장안구의 한 인력사무소에는 일감을 찾기 위한 근로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최정훈씨(가명·56)는 “근처 다른 사무실도 돌아보고 왔는데, 이곳 사무실이 유일하게 불이 켜져 뛰어왔다”며 사무실로 급히 향했다.

 

다른 지역의 인력사무소 상황도 비슷했다. 안산시 단원구의 한 인력사무소 대표는 “이 추운 날씨에 20명이 넘게 기다렸는데 현장에 2명밖에 못 나갔다”며 “일이 없어 사람들이 쩔쩔 맨다”고 털어놨다.

 

경기도에 역대급 한파가 몰아친 가운데 일용직 근로자들은 일감 부족으로 더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이날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54.3(기준선 100선)으로 여전히 50선 수준이다. 지난해 11월에는 12년 3개월 만에 최저치(52.5)를 기록하기도 했다. CBSI는 건설기업들의 경기전망을 나타내는 수치로, 일용직 노동자들의 일감과 직결되는 지표로 볼 수 있다.

 

업계는 공통적으로 코로나19의 여파와 건설경기 침체, 한파 등 날씨 영향 3가지를 어려움의 요소로 꼽았다. 특히 현장에서 일하는 일용직 근로자들에 날씨 영향은 절대적이라고 설명했다.

 

한 인력사무소 대표는 “일정 온도 이하로 내려가면 진행 자체가 어려운 작업들이 많아 겨울은 일용직 노동자들에겐 보릿고개로 불리는 계절”이라며 “당분간은 일감 부족 현상이 이어질 것 같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신규 수주도 줄었고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인해 금리인상으로 건설업계의 체감경기가 많이 어려워졌다”며 “여기에 날씨 등 계절적 영향으로 공사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라 현장에서 어려움을 더 깊이 느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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