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청년 49% 결혼에 부정적... 가장 큰 이유는 ‘경제 부담 커’ 딩크족 등 개인중시 인식 변화도 “삶의 질 향상 지원 정책 필요”
결혼을 하지 않고,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는다. 저출생 현상의 밑바탕에는 1인 가구의 증가와 비혼주의, 딩크족 등 다양한 사회구조적 변화가 깔려 있다. 청년층의 혼인, 출산에 대한 인식과 사회적 분위기를 비춰봤을 때 앞으로도 저출생 현상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인구절벽을 넘어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단계’라는 우려까지 나오는 가운데 이를 막기 위해 어떤 대책들이 필요한지 짚어봤다. 편집자주
# 바쁜 직장생활과 연애를 병행하며 지친 강승원씨(38)는 3년 전 연애를 끝으로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동안 싱글라이프를 즐기던 강씨는 올해 중으로 ‘비혼식’을 열어 완전한 비혼자(?)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내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들고, 혼자 살아 보니 괜찮았다. 결혼 비용부터 집값까지 생각하면 감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외롭더라도 돈 걱정 덜하고 사는 게 더 행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 윤혜원씨(33·여)는 주변 친구들보다 결혼을 조금 더 일찍 했다. 평소 출산에 대한 욕심이 있어 결혼을 서둘렀지만, 결혼 6년 차에 접어든 지금까지 아이를 갖지 않았다. 지난해 대학원까지 진학한 윤씨는 앞으로도 자녀를 출산할 계획이 없다. 윤씨는 “결혼 후 일도 바빠지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지면서 아이를 낳겠다는 생각이 사라졌다”며 “아직까진 2세를 계획하고 있진 않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최근 청년층 사이에서 비혼과 출산 기피가 일반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만연한 탓인데, 인식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청년의 연애, 결혼, 그리고 성 인식 조사결과’(2022년 9월·19~34세 비혼청년 1천47명 설문조사)에 따르면 ‘연애를 하고 있지 않다’고 응답한 청년은 65.5%(696명)에 달했으며, 이 중 70.4%(490명)는 자발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고 응답했다.
조사 대상의 절반 가까이가 자발적으로 연애를 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인데, 이 같은 분위기는 결혼과 출산으로도 이어졌다. 이들 중 49%(513명)는 결혼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결혼을 꺼리는 이유로는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49.9%), ‘혼자 사는 것이 행복해서’(38.2%), ‘결혼할 만한 상대가 없어서’(28.5%)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출산에 대해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향후 출산 의향에 대해 ‘꼭 출산하겠다’고 답한 응답자는 17.1%(179명)에 불과했다. 출산을 꺼리는 이유로는 ‘경제적 부담감’(57%), ‘내 삶을 희생하고 싶지 않아서’(39.9%), ‘사회적 환경이 안 좋아서’(36.8%) 등의 순서였다. 출산 기피 역시 경제적 부담감을 가장 큰 원인으로 선택했다.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인식 변화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와 관련, 인구보건복지협회 관계자는 “지금의 출산장려 정책으로는 이 같은 인식에 대한 개선이 어렵다”면서 “청년층의 삶의 질 전반을 지원할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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