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잠든 시간부터 하루가 시작되는 사람들이 있다. 요즘처럼 한파가 옷 속을 파고드는 날에도 비좁은 골목을 누비며 청소를 담당하는 환경미화원이다. 근무 환경의 특성상 얇은 장갑 하나에 의지하며 각종 쓰레기를 치우다 보면 깨진 유리 등 날카로운 물건에 찔려 다치는 것은 다반사고 각종 유해물질에 노출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인적이 드문 거리에서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량에 교통사고를 당하는 일도 있다.
환경미화원은 사회 기능 유지를 위한 핵심적인 필수 노동자로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인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및 처리 업무를 담당한다. 이들은 자치단체 소속이거나 산하 공기업 소속 또는 자치단체에서 민간위탁한 용역업체 소속인데 이 중에서도 특히 민간위탁 용역업체 소속 환경미화원들의 고용조건과 처우가 가장 열악하다.
최근 몇 년간 인천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의 위탁을 받은 일부 업체들의 비리가 각종 언론 보도를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 업체들이 환경미화원의 임금을 편법으로 가로챈 방식도 다양한데 급여통장을 두 개 제출받아 하나에는 온전한 임금을 입금해 지방자치단체에 보고자료로 제출하고 다른 통장에는 적은 금액만 입금하는 수법도 있는가 하면 임금명세서에는 급식비가 포함돼 있는 것처럼 기재되지만 실제로는 지급하지 않거나 빵과 우유 정도만 지급하고 남은 금액을 착복하는 형태도 있다.
하지만 실제 이런 비리가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해도 민간위탁업체 소속 환경미화원들이 회사 측의 임금 착복 여부를 알기란 쉽지 않다. 인건비, 피복비 등이 모두 포함된 위탁사업비가 얼마인지 모를 뿐더러 공개를 요구한다고 해도 보복을 당할까 두려워서다.
지난 2019년 정부는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민간위탁 종사자의 근로조건 보호 및 처우를 개선하도록 했다. 이러한 취지와 목적에는 이견이 없지만 이 가이드라인의 가장 아쉬운 점은 현장에서의 ‘자율’을 지나치게 강조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자칫 지방자치단체의 관리 감독이 소홀해질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잘못된 관행을 탈피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환경미화원의 근무조건과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정확한 원가 분석을 통한 대행료 산정 기준을 마련하고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을 법제화하는 한편 용역업체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문제 발생 시 처벌을 강화하는 등의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각종 생활쓰레기로 가득 찬 불야성 같던 거리도 아침이면 깨끗한 거리로 변화하는 이유, 새벽을 여는 환경미화원 덕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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