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성착취 없는 세상, 여가부 존재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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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원 경기도여성가족재단 정책연구실장

2023년 1월1일부터 ‘인신매매 등 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성착취, 노동력 착취를 모두 인신매매로 규정해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처벌뿐만 아니라 예방과 교육, 피해자 보호와 지원 등을 위한 정부 차원의 책임도 부여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를 비롯해 법무부, 문화체육관광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외교부, 해양수산부, 경찰청 등 여러 정부 부처의 책임이 망라된 법안이며 여성가족부는 다양한 부처의 업무와 기능 등을 총괄하는 책임과 권한을 가진다.

 

인신매매 중 가장 많이 발생하는 범죄는 젠더 기반 폭력인 성매매 및 성착취다. 여성가족부와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함께 만든 ‘인신매매 등 방지 종합계획안’을 살펴보면 최근 5년(2016~2020년) 동안 발생한 인신매매 범죄 3천233건 중 성매매 및 성착취가 75.7%(2천466건)로 가장 많았다.

 

2022년 미국 국무부가 작성한 인신매매 실태보고서에서 한국은 20년 만에 1등급에서 2등급으로 하락했다. 하락의 주요 이유는 한국 정부가 인신매매범이 강제로 저지른 불법행위 발생 시 외국인 성매매 가해자를 처벌하는 반면 피해자에게는 적절한 지원을 하지 않거나 추방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 국무부 보고서는 인신매매범이 가출아동청소년과 가정폭력 피해자 등을 상대로 술집이나 기타 유흥시설에서 성매매를 시키고 있으며,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피해자를 모집하고 있는 한국의 상황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유흥업소 운영자나 사채업자에게 진 빚 때문에 성매매에 나서게 하는 것도 강제노동 피해 사례로 언급했다(국민일보 2022년 7월20일자 보도).

 

인간의 성을 상품화하고 착취하는 성매매는 인간의 존엄성을 흔드는 심각한 폭력이며 범죄행위다. 성매매는 일부 소수의 일탈 문제가 아니다. 사회안전망이 부재한 사회에서 언제든, 모든 계층에 닥칠 수 있는 사회 문제이며 인권의 문제다. 그래서 여성가족부가 필요한 것이다.

 

여성가족부는 인권을 위협하는 성매매 및 성착취 등의 사회 문제를 해결해 인권을 증진시켜야 할 책무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여성가족부는 존폐 논란에 휩싸여 있다. 여성가족부는 존재해야 한다. 여성가족부 스스로가 ‘여성가족부’를 지켜낼 힘을 결집하고 시민들과 함께 연대해 더욱 견고하게 피해자를 지원하는 등 성착취 없는 세상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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