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시는 대한민국 빙상의 스타 산실이다. 배기태, 제갈성렬, 김윤만, 이강석 등 동계아시아경기대회와 동계올림픽 메달리스트를 비롯해 수많은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배출해 왔다. 대한민국 빙상을 이야기할 때 의정부시를 빼놓고는 논할수 없을 정도로 오랜 세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최근에는 의정부시청 소속의 김민선 선수가 국제빙상연맹(ISU) 월드컵 1~4차 대회서 여자 500m를 석권하며 ‘단거리 여왕’으로 우뚝 섰다. 은퇴한 ‘빙속(氷速) 여제’ 이상화를 능가할 재목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스타 산실인 의정부시에는 공교롭게도 선수들이 훈련할 400m 빙상경기장이 없다. 국내 실내스피드스케이트장은 태릉국제빙상장과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치른 강릉스케이트장 단 두 곳뿐이다. 그 마저도 강릉스케이트장은 올림픽 후 폐쇄된 지 오래다. 유일하게 운영되는 태릉국제스케이트장은 주변이 조성왕릉 권역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당초 2024년 철거키로 했다. 대안 없이 철거 이야기가 나오면서 빙상계는 들끓었고 뒤늦게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는 2019년부터 대체시설 건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 용역에 나섰다.
소식을 접한 의정부시는 발 빠르게 유치에 나섰다. 당시 의정부시는 녹양동 종합운동장 인근의 3만2천㎡ 부지를 제공하겠다고 문체부 관계자들을 설득했다. 이 부지에 국제 규격의 빙상장과 2천명 수용의 관중석이 마련된 경기장 건립을 제의했다. 명분도 충분했다. 의정부시가 오랫동안 많은 국가대표를 배출한 데다 국내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등록된 국내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는 250여명으로 이 가운데 70%가 수도권 거주자다. 의정부, 동두천, 남양주, 양주 등 경기도 선수들이 60% 넘는다.
하지만 한동안 이슈가 됐던 태릉국제스케이트장 대체시설 이야기는 지난해 정권이 바뀌고 철거 시기가 새로운 경기장의 건립 이후로 미뤄지면서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올해 상반기 중 새 스케이트장 공모가 진행될 것이라는 설도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 이에 경기도, 특히 의정부시 출신 빙상인들은 정부의 빠른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더불어 지방정부의 수장이 바뀐 경기도와 의정부시에도 적극적인 경기장 유치에 나서줄 것을 당부한다. 새 경기장 건립은 부지를 지자체가 제공해도 1천500억원이 넘는 건립 비용이 필요하다.
일반인은 수백명의 선수들이 이용하는 시설에 많은 예산을 투입해 유치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논두렁 신화’를 통해 대한민국 빙상의 위상을 세계에 떨친 의정부시에 꼭 필요한 시설이다. 경기장 건립시 각종 국제대회 유치를 통해 얻어지는 유·무형의 경제적 효과와 세계에 알려질 홍보 효과를 감안해야 한다. 여기에 경기 북부지역 위성도시와 서울시 동호인들이 모여들게 돼 ‘군사도시’로 이미지가 각인된 의정부시의 이미지 변신에도 기여할 수 있다. 경기도와 의정부시가 빙상장 건립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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