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 1일 한 인터뷰에서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개헌할 것과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소선거구제에서 중대선거구제로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은 이 자리에서 국회의원 정수에 대해서도 총 세비 동결 전제의 증원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의원의 80∼90% 이상이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9일에는 민주당 고영인 의원이 총 세비 동결을 전제로 현행 지역구 253석을 유지하는 대신 비례대표를 기존 47명에서 30명 증원한 77석으로 상향해 330명으로 조정하고 비례대표는 6개 권역별로 나눈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론조사에서도 개헌 찬성 비율이 높은 것을 보면 김 의장의 개헌 문제 제기는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의원 정수 증원과 관련해서는 국민 여론이 결코 호의적이라고 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김 의장은 ‘국민의 동의’가 아닌 ‘의원의 동의’를 말했다. 김 의장 발언은 총 세비 동결을 전제로 의원 정수를 증원하면 결과적으로 의원 세비가 감액될 테지만 그러한 세비 감액을 의원 대부분이 받아들일 것이라는 의미다. 의원 정수 조정 문제가 국민적 관심사고 현 단계 국민 여론은 결코 증원에 호의적이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애써 외면한 내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의원 정수 증원 문제는 오래전부터 정치개혁의 하나로 논의됐지만 번번이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해 이루지 못한 문제다. 국민 다수에게 의원 정수 증원 문제는 민생을 외면한 의원의 밥그릇 챙기기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러한 국민의 인식이 의회제도나 의원의 의정 활동에 대한 몰이해에 기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오늘날 의원의 의정 활동에 대한 냉정한 비판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다수 국민이 정치를 불신하게 만든 의원에게 전적으로 그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오로지 민생을 위한 의원의 거듭된 진정성 있는 활동만이 국민의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유일한 길이건만 과연 그동안 의회와 의원은 이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왔는지 모르겠다. 총 세비 동결이라지만 의원의 세비 인상 권한이 다름 아닌 의원 자신에게 있고 종종 일반 국민의 상식과 달리 높게 인상된 사실을 지켜봐 온 국민은 아무도 총 세비 동결이 지속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의원 정수가 부족해 정치적 갈등과 불신이 높은 것은 아니다. 민생이 좋아지거나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이뤄지는 것과 의원 수는 원칙적으로 아무런 관계도 없다. 개헌이나 공직선거법 개정은 분명 정치개혁의 주요 내용이지만 그것만이 정치개혁의 다는 아니다. 정치개혁은 적어도 국민적 신뢰도가 낮은 정치인, 내로남불의 분열적 언행을 일삼는 정치인 등은 도태시키고 국가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제는 용기 있게 끝까지 주장하는 정치인은 포용하는 정치인 개혁까지도 포괄해야 한다. 그러한 개혁만이 정치에 대한 신뢰를 높여 민생을 살리고 민주주의를 건강하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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